택시와 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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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택시합승이 금지된지 나흘이 됐다. 도심지의 택시정류장마다 줄을 지어 늘어선 시민들의 모습에서 그전보다 택시 타기가 불편해진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일부 시민은 아직도 밤이면 줄밖으로 뛰어나와 행선지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합승을 하면 손쉽게 택시를 탈 수 있을텐데 이 무슨 시간낭비냐고 한탄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가 불편을 각오하면서까지 택시합승을 금지한 참뜻을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실 택시합승은 그동안 무질서한 시민생활의 본보기였다. 먼저 탄 승객의 불쾌감, 운전사의 횡포, 요금시비, 불합리한 사납금 책정으로 인한 거주와 운전사간의 분쟁 등은 딴나라 대도시에선 볼 수 없는 서울만의 독특한 「저질택시문화」였다.
결국 택시합승이 금지된 것은 「무질서한 편의」와 몌별하고 「불변한 원칙」으로 복귀한 것이며 당국과 시민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찬양해 마땅하다. 이제 우리가 조금만 참고 질서를 지키면 택시의 본래 모습은 되살아날 것이며 시민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자기 편의에 맞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려면 불편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버스안의 금연은 애연가에겐 큰 고통이다. 길거리에 휴지를 버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때는 당황할 때도 있다. 민원창구에서 급행료로 빨리 해결될 일을 장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큰 불변이다.
그러나 우리가 편의만을 쫓아 이들 원칙을 저버릴 때는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진다. 비단 사소한 시민생활뿐만 아니라 정치도 경제도 원칙대로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지 그저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억지는 국민의 불신만 살뿐이다.
택시합승이 시민생활에 큰 불편을 주어야만 하는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당국은 서울의 1일 교통인구 1천4백62만명 가운데 18%인 2백63만명이 택시를 이용하며 이 가운데 2·2%인 6만여명이 합승승객인 것으로 집계한다.
합승이 금지되면서 1천여대의 택시가 증차되는 등 행정조치가 뒤따랐기 때문에 이들이 택시 아닌 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큰 불편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그동안 시내버스의 증차로 옛날의 콩나물시루 같은 모습은 한결 나아진 사실도 감안해야한다.
그런데도 출·퇴근이 불편하다면 당국의 운수행정은 더욱 지혜를 발휘해야할 것이다.
우선 택시정류장을 늘리는 문제다. 아울러 도심지의 정류장은 승객으로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버스터미널이나 역전에는 반대로 택시가 줄을 선 불균형도 해소해야할 것이다.
또 한가지 콜택시 제도의 확립이다. 짐이나 사무실에서 급한 볼일로 택시를 이용하려는 승객은 콜택시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한다.
한마디로 기존택시나마 운행의 효율을 극대화하면 조금이라도 택시승차난은 완화될 것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장서서 질서를 지키려는 시민의식이다. 모처럼 정착되어가는 교통질서의 혁명을 조그만 불편을 못참아 깨뜨리는 것은 서울시민의 명예에도 보탬이 되지 못한다.
1등 시민만이 1등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택시의 운행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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