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은 인형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록…철도 회사의 '테디 레스큐' 캠페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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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항상 갖고 다니는 인형은 그들에게 절친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때때로 이를 잃어버리면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기차나 버스에서 잃어버렸다면 더더욱 그렇다.

영국 철도회사 퍼스트 그레이트 웨스턴(First Great Western)은 '절친'을 잃은 아이들과 '가족'을 잃은 인형들을 다시 만나게 하기 위해 특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기차에 실수로 두고 간 인형의 주인을 찾아주는 '테디 레스큐(Teddy Rescue)' 캠페인이다.

철도회사는 일단 주인을 잃은 인형들을 브리스톨 템플 미즈역 분실물센터에 모아 보관한다. 그리고 인형마다 사진을 찍고 신상을 기록했다.

사진과 정보는 철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인형의 크기를 알 수 있도록 만든 눈금 척도와 신상정보 패널이 마치 범죄자 식별 사진(머그샷)을 연상케 하지만 귀여운 인형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철도회사 직원들은 인형의 생각을 짐작해 적기도 한다. 브리스톨 템플 미즈역에서 지난 21일 발견된 '익명의 곰인형' 밑에는 "나는 길을 잃은 후 여기저기 모험을 하며 여러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긴 했지만 어떻게 집에 돌아가는 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얼마나 가족을 그리워하는 지 알거예요. 다들 우릴 찾고 있어요"라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 중 알고 있는 인형이 있다면 이메일을 통해 잃어버린 인형의 특징과 잃어버린 장소, 이름 등을 알려 달라"는 안내문이 쓰여 있다.

'테디 레스큐' 캠페인은 영국의 유명한 동화 '패딩턴 베어(Paddington Bear)'를 영화화한 '패딩턴'의 개봉(오는 28일)과 맞물려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동화 '패딩턴 베어'는 영국 각지를 여행하며 모험을 하는 곰인형 '패딩턴'의 이야기다.

영화 개봉에 맞춰 다음달 30일까지 영국 시내 곳곳에는 50개의 패딩턴 베어 조각상이 전시된다. 각각의 조각은 데이비드 베컴, 엠마 왓슨, 니콜 키드먼 등 유명인사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제각기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기차에 남겨진 인형들을 단순히 '분실물'으로 표현하지 않고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소개한 철도회사의 재치가 엿보이는 캠페인이다.

배예랑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사진 퍼스트 그레이트 웨스턴 홈페이지(www.firstgreatwestern.co.uk/contents/teddyresc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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