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배구 '거포' 김현수, 명지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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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김현수가 8일 훈련 중 용인 명지대체육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준기 인턴기자

"드래프트제에 관계없이 우리 팀에서 (대신) 스카우트 비용을 대겠다."(A프로팀 감독)

"우리도 스카우트 비용을 댈 용의가 있다. 신진식(삼성화재).이경수(LG화재)의 고교 때보다 낫다."(B프로팀 감독)

올 시즌 고교배구 최대어 김현수(익산 남성고3)를 두고 하는 말이다. 1m97cm.78kg의 탄탄한 체구에 대포알 같은 강타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포지션은 레프트(주공격수).

프로팀들이 스카우트비 대납(代納) 의향까지 밝힌 것은 현행 드래프트제가 폐지될 경우 4년 뒤 대학을 졸업하는 김현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다. 현행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프로구단이 6개 이상 될 때까지는 고졸 선수의 직접 스카우트가 금지돼 있다.

당연히 모든 대학팀이 그를 데려오기 위해 안달을 했고, 김현수는 9일 명지대로 최종 진로를 확정했다. 김현수는 이날 "김남성 감독님한테 잘 배워 국가대표 주공격수로 크고 싶다"고 명지대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성 명지대 감독은 "키도 크지만 점프력(러닝점프 90cm)이 뛰어나 타점이 높은 데다, 파워까지 겸비해 대성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현수는 큰 키임에도 몸놀림이 유연했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내리꽂는 스파이크가 퍽퍽 소리를 내며 코트에 꽂혔다.

그는 멀티플레이어로 꼽힌다. 오픈공격은 물론 센터의 전유물인 속공과 블로킹에도 능하다. 팀 사정상 센터로 활약한 지난해에는 3학년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 익산고를 전국대회 2관왕으로 이끌었다.

전남 여수에서 지물포상을 하는 김종선(48)씨와 김순덕(43)씨의 2남 중 장남인 김현수는 여천 쌍봉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높이뛰기)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김현수는 "당시 전남에서 열린 대회는 모조리 우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천중에 올라가면서 농구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1m87cm의 큰 키를 눈여겨본 학교 코치가 농구로 불러들인 것이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다시 배구로 전향했다. 이번에는 조선대 감독을 지낸 작은아버지 김종진씨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여천중 측은 '다른 팀에서 농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이적을 허락했고, 김현수는 배구 명문 익산 남성중으로 전학했다. 이후 김은철 감독의 체계적 조련을 받으며 예비 거포로 성장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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