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공간서 신비체험, 세상에 위로가 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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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지영씨는 “수도원은 깨끗하고 싸고 음식 맛도 좋은 매력적인 휴식처”라고 했다. [사진 분도출판사]

소설가 공지영(51)씨가 『수도원 기행 2』(분도출판사)를 펴냈다. 13년 전 펴낸 『수도원 기행』의 속편 격이다.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린 전편에서 공씨는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낯선 유럽의 봉쇄수도원을 주로 찾아다녔다. 한 번 들어가면 웬만해선 바깥 출입이 금지된 사실상 감금 상태의 ‘성소(聖所)’ 체험을 통해 공씨 자신은 물론 각박한 세상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26일 기자간담회. 전편과 속편의 차이를 묻자 공씨는 “1편이 인문편이라면 2편은 신화편”이라고 답했다. 또 “이 아줌마, 완전히 할렐루야 아줌마네, 하고 손가락질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일종의 신비 체험을 책 속에 집어넣었다”고 했다.

 신비 체험은 2002년 독일 쾰른에 있는 피정의 집인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에서 공씨에게 닥친 성령 체험을 말한다. 전편이 머리로 떠난 신앙 여행이었다면 이번 책은 가슴으로 받아들인 여행, 신앙적인 관점에서 더 깊고 넓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얘기였다.

 공씨의 이런 ‘변신’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등 그의 최근작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뜻밖이다. 그는 사형제도, 장애인 인권 등 우리 사회 시스템의 그늘진 면을 들춰내는 쪽이었다.

 그에 대해 공씨는 “사후 세계가 없어도 상관없지만 일단 존재한다고 믿고 신앙을 받아들이자 사는 게 훨씬 부드럽고 여유가 있어졌고, 나만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SNS로 신앙상담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일일이 관심을 쏟을 수 없으니 책을 통해 한꺼번에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는 베네딕도 수도회 계열 수도원이 많이 나온다. 지난해 출간한 장편 『높고 푸른 사다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1950년 국군의 흥남철수 때 1만4000명의 피난민을 구한 미국인 화물선 선장이 고향으로 돌아가 나중에 베네딕도회 수사가 된 사실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

 공씨는 “그 인연으로 한국 베네딕도회의 본부 격인 왜관수도원의 도움을 얻어 이번 책을 쓸 수 있었다”며 “베네딕도 수도원은 자급자족을 위한 건강한 육체 노동, 당당한 가난이 남아 있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관련, “내가 태어날 때 6시간 난산이라고 들었다. 태아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지만 그렇게 세상에 나오면 모두 기뻐한다. 죽는 게 하늘나라로 태어나는 것이라면 세월호 아이들은 말하자면 난산을 경험한 것 아닌가. 그렇게 태어난 천국은 더 이상 고통이 없는 행복한 곳일 거라는 위로의 말을 책에 썼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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