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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피해 가을휴가가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가을에 휴가가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휴가하면 곧 피서를 연상할 정도로 여름에 휴가일정을 잡는것이 상례였으나 최근 이같은 도식에서 탈피, 가을에 산과 명승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이들은 『여름엔 날씨도 덥고 고르지 못한데다 바캉스인파로 차량·숙박시설이 불편, 휴가기분을 잡치기 일쑤』라며 인파가 적고 쾌적한 가을에 유가를 가고있다.
가을에 휴가를 가는 직장인이 많은 곳은 은행과 대한항공등 민간기업체.
이들 업체는 휴가기간을 여름으로 국한하지않고 1년중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갈수 있는 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
이들 업체의 젊은이들중 20∼30%가 맑은 가을 하늘아래 멋진 단풍을 즐기기 위해 배낭을 짊어지고 서울을 떠난다.
대한항공 예약관리과 김승탁씨 (31) 도 그 중의 한사람.
10월중으로 휴가일정을 잡고 있는 김씨는 『여름에는 회사도 바쁠뿐 아니라 19개월된 꼬마를 데리고 여름바다를 찾을 수 없어 가을을 택했다』 며 속리산에 갈 예정.
김씨는 『바캉스철 휴가는 짜증만 나지만 숙박시설·교통·날씨등 모든 조건이 좋은 가을에는 부부가 오붓하게 신혼여행 기분을내며 휴가를 즐길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가 김씨처럼 가을휴가를 택했다.
학교다닐때 산을 즐겨찾던 사람들도 가을휴가다. 대학시절 산악회장까지 지낸 임국환씨(28·한국주택은행) 는 『단풍이 붉게 물든 설악산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며 설악산등반계획에 들떠있다.
임씨는 요즘도 틈만나면 대학 재학중인 후배들과 함께 산을 찾고있는데 이번 가을휴가는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우람회」회원들과 설악산을 찾을 예정.
한국수출입은행 백용선씨(27) 는 『81년가을 현재의 아내와 만나 지난 봄 결혼했다』 며 결혼기념을 겸해 가을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백씨는 가을여행이 여름보다 모든 면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신혼여행가는 기분으로 제주도에 갈 계획.
각은행 인사부에 따르면 여름휴가대신 가을휴가를 즐기려고 휴가신청을 낸 사람은 젊은 행원의 30%에이르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것.
이같은 등산파·신혼여행기분파등 외에도 추석을 전후해 고향을찾아 성묘도하고 남은 기간에 산을 찾으려는 실속파도 상당수 있다.
S출판사 김은숙양(23)은 올해 지방대학을 졸업, 서울에 처음 올라와 근무하는 초년병 직작여성.
초년병이지만 휴가는 실속을 차려 공휴일인 추석다음날부터 휴가일정을 잡았다.
5박6일 휴가기간을 6박7일로 늘려 고합 청주를 찾아 성묘도 하고 친구들과 못다한 얘기들을 나눌 예정.
단 하루라도 휴가를 늘려 한적한 고향에서 도시생활에 찌든 때를 조금이라도 더 씻어버리겠다는것.
반면 일반 대기업체및 관청에서는 휴가기간을 7, 8월에 한정, 집중휴가를 보내기 때문에 이들처럼 가을휴가를 즐길수는 없으나 일부기업의 젊은이들및 공무원은 휴가기간을 최대한늦춰 복잡한 여름을 피하고있다.
서울 Y경찰서 김모순경(27) 은 『여름은 검열등 업무가 바쁘기도 했지만 사람이 붐비는것이 싫어 휴가일정을 최대로 늦췄다』며 14일부터 휴가를 갈계획.
김순경은 『휴가를 더 늦게떠나고 싶지만 14일이후로는 휴가가 없어 어쩔수없이 14일부터 휴가를 가게됐다』 며 『본인의 희망에 따라 휴가를 갈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허남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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