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붉은 악마에서 홍위병 연상"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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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파문을 불러온 '생방송 나체소동'의 배경에 기성세대의 권위 추락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은 또 우리사회의 권위 추락 현상이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 못한 현 정권의 탓도 있다고 비판했다. 8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재한'대중동원정치의 그늘- MBC 음악캠프의 나체소동을 보며'제목의 칼럼에서다.

정 의원은 칼럼에서 2002년 월드컵의'붉은 악마'신드롬에서 출발한 젊은세대의 동원력과 자신감이 미선.효순 촛불시위, 탄핵반대 시위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사회의 문화지형은 물론 정치지형까지 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곧 이들 젊은세대를'홍위병'에 비유하며 격렬하게 세태를 비판했다. 그는 "탄핵사태에서 4.15 총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보여준 이들 행위 양태는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에 홍위병들의 그것이 연상될 정도였다"면서"마치 버러지를 보는 듯한 혐오에 찬 눈빛. 마치 천벌 받을 죄수에게 짓는 듯한 경멸에 찬 미소. 지금은 다소 수글어 들었지만 길에서 지하철에서 공공장소에서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러한 눈빛과 미소는 기득권내지 기성세력을 마냥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더나아가 "아이들은 나무라고 어른은 야단맞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아이들은 제멋대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다소 비약이겠지만, 이러다가 음악캠프 나체소동까지 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살을 현 정권으로 돌렸다. 그는 "우리 사회에 권위가 다 무너져 버렸으니 난감할 뿐"이라며 "노무현 정권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별 못하고 세워야 할 권위는 무너뜨리고, 없애야 할 권위주의는 붙들고 있다보니 이지경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결론적으로 "어른들이 병신같이 마냥 주눅 들어서 살지만 말고 이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 고리타분하고 위선적이고 요령부득한 말로 하려면 아예 입 다물고 있는 게 낫다"며 기성세대의 의식전환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디지털뉴스센터>

다음은 정 의원 글의 전문.

대중동원정치의 그늘

- MBC 음악캠프의 나체소동을 보며 -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은 한국사회에 '붉은 악마'라는 새로운 ICON을 만들어냈다. 그 '붉은 악마'가 만들어낸 신드롬이 한국사회의 문화지형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급기야는 정치지형마저 바꾸어 놓았다. '붉은 악마'의 동원력과 자신감은 미선이.효순이의 촛불시위를 가능케 했고, 이것이 노무현정권 탄생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사태 때에는 미증유의 괴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소수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과반이 넘는 제1당으로 만들어 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기득권 내지, 기성세력은 '야코'가 팍 죽어버렸으며, 반대로 한국사회의 주변 내지 신진세력이 기지를 펴는 현상이 이 땅에 자리잡았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이 '무서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막강한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탄핵사태에서 4.15총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보여준 이들 행위 양태는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에 홍위병들의 그것이 연상될 정도였다.

마치 버러지를 보는 듯한 혐오에 찬 눈빛. 마치 천벌 받을 죄수에게 짓는 듯한 경멸에 찬 미소. 지금은 다소 수글어 들었지만 길에서 지하철에서 공공장소에서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러한 눈빛과 미소는 기득권내지 기성세력을 마냥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몇 달전 한나라당 푸른모임 소속 의원들과 대학생들이 경북 경산의 한 대학에서 만났었다. 한마디로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하자는 자리였다. 그런데 예상했던대로 학생들은 한껏 나무라는 선생의 자세로 나왔고, 의원들은 마치 벌받는 학생의 자세가 되었다. 몇 년을 주눅들며 살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잘한 게 별로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아이들은 나무라고, 어른들은 야단맞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아이들은 제멋대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 '잘못 되었다', '이렇게 해라' 등등이 전혀 없거나, 먹혀들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다소 비약이겠지만, 이러다가 음악캠프 나체소동까지 왔다고 본다.

추기경 말씀까지도 욕지거리를 퍼붓는 마당에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누가 나설 것이며, 또 나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럴 때 과거의 단골손님들이 훈장으로 간혹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고리타분하고 위선적이고, 요령부득한 얘기가 요즘의 무서운 아이들에게 통할 리가 없다.

'저 꼰데 또 나왔다'. '독재정권 때 할 얘기 좀 제대로 하시지'. '틀림없이 잘 먹고 잘 사실 텐데 그 돈 어디서 난거요?'. 반감만 커질 뿐이다.

그럼 어찌해야 겠는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권위가 다 무너져 버렸으니 난감할 뿐이다. 노문현정권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별 못하고 세워야 할 권위는 무너뜨리고, 없애야 할 권위주의는 붙들고 있다보니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어른들이 병신같이 마냥 주눅 들어서 살지만 말고 이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다만 또 그 고리타분하고 위선적이고 요령부득한 말로 하려면 아예 입 다물고 있는 게 낫고...

2005. 8. 8 국회의원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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