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문서 16만 쪽, 쌓으면 18m ‘종이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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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증거문서 더미가 쌓여 있다.

16만7000쪽. 지난해 11월 5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이후 양측이 헌재에 제출한 증거문서의 분량이다. 총 무게는 888.4㎏. 쌓으면 높이가 18.4m에 이른다. 헌법재판관들은 심판 청구서 접수 후 385일 동안 매일 두꺼운 단행본 한 권 분량(평균 433쪽)을 읽어야 했다. 헌재와 법무부, 통진당이 ‘종이와의 전쟁’을 치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 헌재에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들은 서류를 재판관 용(用) 9부 등 12부씩 만든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정당해산심판 사건이어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1부씩 보냈고 재판연구관 용으로도 5~6부를 추가 복사했다. 총 668만 쪽에 달하는 서류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심판은 공개변론에서도 기록을 세웠다. 헌법재판은 대체로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서류만을 토대로 심리한다. 공개변론을 하더라도 한두 차례에 그친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20차례나 공개변론(준비기일 포함)을 진행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첫 변론과 최종 변론에 직접 나서 대결을 펼쳤다. 지난달 21일에는 ‘강철서신’ 김영환씨가 출석해 “1995년 지방선거 때 통진당(당시 민노당) 의원 2명이 북한 자금을 받아 출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재판이 열릴 때마다 헌재 주변에선 통진당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25일에도 재향군인회 등이 헌재 정문 앞에서 “종북 정당에 대해 해산 선고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한국진보연대 등 ‘통진당 강제해산반대 범국민운동본부’는 “강제 해산 시도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해산청구 기각을 촉구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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