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구마우스’ 보조공학, 약자 배려이자 신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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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루게릭병 같은 근육병 환자는 온몸이 굳어 손발을 움직일 수 없다. 정신은 멀쩡한데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없는 정신적 감옥에 갇혀 산다. 대다수 근육병 환자에게도 눈동자 근육은 살아 있다. 장애인이 눈동자를 움직여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보조기기가 ‘안구마우스’다. 지금까지 이런 착한 기계가 보급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다. 기기의 인식 능력이 떨어져 사용하기 불편했던 게 첫째 이유다. 다른 이유는 서민층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고가(대당 1000만원)라는 점이다.

 어제 삼성전자가 이런 문제를 해결한 안구마우스를 자체 개발해 선보였다. 인식 정확도가 높으며 가격이 5만원대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소외계층에는 무료로 보급하며 벤처기업에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과 노인 등이 독립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접근 방식을 ‘보조공학(補助工學)’이라고 부른다. 세계의 일류기업은 자신의 기술역량을 보조공학에 쏟아부어 수준 높은 사회환원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수많은 보조기기 개발의 후원자로 유명하다.

 우리 기업은 기업 규모에 비해 이런 ‘기술 환원’에 인색한 편이었다. 직접적인 구호사업에는 선진 기업 못지않게 지원을 하면서도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따뜻한 기술 개발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번 삼성전자의 안구마우스 개발과 보급이 우리 보조공학 선진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보조공학 산업에도 주목해야 한다. 보조기기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국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독일·스웨덴이 뒤를 따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대만에만 훨체어를 비롯한 이동기기를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돼 있다. 중후장대한 산업에서 한계에 부딪힌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새로운 성장 분야다. 초고령화 추세는 필연적으로 보조기기 욕구를 상승시키게 될 것이다. 1998년 보조공학법을 제정한 미국처럼 보조기기 활용을 지원하고 관련 산업을 진흥하는 법의 제정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