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자회담 휴회기간이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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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4차 회의가 13일 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일단 접고 휴회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은 당초 많은 관심을 모았던 만큼 막바지 절충에 실패하여 기대했던 공동성명을 도출해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그나마 완전 결렬이 아니라 3주 후 회담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미 양자회담이 사실상 하나의 회담 틀로 자리잡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국교) 정상화라는 목표가 6자회담의 핵심 의제로 명확히 설정됐다는 점 등에서 과거보다 구체적 진전을 이룬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막판 쟁점으로 부각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를 놓고 북.미 간 이견이 워낙 커 향후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미를 비롯한 당사국들은 휴회기간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접촉함으로써 6자회담의 유용성과 탄력성을 유지하고 남은 이견의 접점을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한다.

북핵 문제는 14년 이상을 끌어온 난제이기 때문에 10여 일의 회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제네바 회담은 무려 50일이 걸리기도 했다. 따라서 휴회가 오히려 그동안의 협의내용을 냉정히 검토하고 각자 내부 이견을 조율할 수 있어 추후 회담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번 회담은 앞으로의 회담 진전을 위한 기초를 쌓는 회담이었다"며 "'말 대 말'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확인한 것을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평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국가들도 이번에 회담의 기본 목표와 출구 지점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큰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제 상호 간 신뢰와 방법론에 대한 이견을 절충할 수만 있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제부터 회담 초점은 그 지점에 집중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3주 후 회담에서 북.미 양자 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핵 포기의 범위나 폐기의 방법론 등에 대한 진전된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한국과 중국의 노력과 중재력이 돋보인 회의였다. 회담의 재개와 개회기간 내내 보인 양국의 노력은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 토대 위에서 한.중과 일본.러시아는 휴회기간에 북한과 미국을 적극 설득, 회담 재개 때 양자 모두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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