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중공과 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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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있는 중공 당대회(12전대회)는 중공에 실용주의 노선이 정착하기를 바라는 바깥세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새 당헌이 채택되고, 기구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대회는 6일 중앙위원회의 개편, 규율위의 확대, 고문회의의 신설,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당헌을 새로이 채택했다.
중공은 당의 기구개편으로 45년부터 존속해오면서 모택동에게 강력한 l인권력의 기반을 제공한 당주석제를 폐지하여 20년대와 30년대의 총서기제도로 돌아갔다.
주석제의 폐지로 자연히 등소평, 엽검영, 조자양, 이선념, 진운, 화국봉의 여섯 부주석들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나이 많은 부주석들의 퇴진은 첫째 보다 젊은 간부들에게 당권에의 길을 열어주고, 둘째는 화국봉 같은 문화혁명 우파에 속하는 인물과 엽검영을 포함한 고령간부들을 무리없이 정리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총서기자리는 지금의 주석인 호요방이 차지하게 되는데 그는 수상 조자양과 함께 집단지도체제를 끌고갈 것으로 보인다.
중공당이 주석제 대신 총서기제를 도입하여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는 것은 모택동 한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던 과거의 체제를 완전히 청산하자는 것이다.
이번 대회의 기조라고 할수 있는 「탈모」작업은 바로 등소평의 후견아래 호-조팀이 추진하는 실용주의 노선의 강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당규율위를 확대하는 것은 앞으로 83년말까지 정풍운동이라는 것을 벌이면서 3천9백만 당원들에 대한 재등록을 통해 문혁파의 잔존세력을 전국적으로 일소하자는 것이다.
동시에 확대, 강화된 규율위는 지금 중앙과 지방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당료들의 부패를 추방하는 일을 서두를 것이다.
당고문회의라는 것을 만들어 등소평이 의장에 취임하는 것은 등이 앞으로 몇년동안 호-조 지도체제와 실용주의 노선이 완전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당-군부-정부로부터 있을지도 모르는 도전과 방해를 막아준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12전대회가 끝나고, 금년말까지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를 열어 국가주석을 부활하는 방법을 통해서 정부에 대한 당의 상대적인 지위를 약화시키고 나면 정풍운동이 끝나는 83년말 이후의 중공은 지금과는 모습이 다를 것이 예상된다.
중공의 정책은 이데올로기보다는 빵, 다시 말하면 혁명의 정열보다는 경제건설을 통한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우선권을 줄 것이고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혁명수출 노선을 탈피할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혁명수출 노선은 실속은 없이 서방선진국가들과의 관계만 긴장시키는 것이다. 실용주의 노선에 따른 경제건설에는 바로 이들 서방국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호요방이 개막연설에서 일부러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공은 몇번 변해도 공산국가임에는 변함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12전대회의 결과가 중공과 서방세계와의 상호의존관계의 길을 트고, 중공이 받아들이는 「바깥바람」이 서해와압록강을 넘어 북한땅에까지 불어줄 것을 기대한다.
지역적으로는 개방사회를 맞는 중공이 한국과의 관계개선,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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