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받는 리더십-미국의 중간선거(11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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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름휴가를 거의 지역구에서 보낸 미국상·하의원들이 9월이 되자 속속 워싱턴으로 집결하고 있으나 그들은 한결같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중간선거가 불과 2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임기2년인 하원의원 4백35명 전원과 임기6년의 상원의원중 3분의1에 해당하는 33명, 그리고 주지사 36명이 유권자들의 새로운 심판을 받게돼있다.
지금까지의 선거전양상을 보면 아무래도 미국내의 경제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될 조짐이다.
「카터」 에게 압승을 거둔 공화당의 「레이건」 은 취임직후 소위 「례이거노믹스」 라는 것을 소국민들에게 제시했으나 미국의 경제는 아직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측은 국민들에게『조금만 더 참아보면 약효가 날것』이라고 달래고 있지만 민주당측은「레이건」의 경제·외교정책의 무능을 결사적으로 추궁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때 「레이건」 의 공화당은 국방력강화, 연방정부의 축소, 감세등의 분야에선 상당한 인기를 얻고있는 반면 악화된 실업률, 적자예산, 인플레, 일관성없는 외교정책, 환경문제, 에너지정책등에선 국민들의 점수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실업자수가 l천40만명을 넘어서 실업률이 10%에 육박하자 미국민들은 81대8이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레이건」의 고용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앞으로 선거때 실업자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한 공화당의 입장은 적지않게 약화될 것같다.
공화당은 현재 54대46석으로 상원에서 우세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현상만 그대로 유지해도 큰성공으로 보고있다. 이번에 선거를 치룰 33명의 상원의원중 l9명이 민주당소속이기 때문에 공화당측은 잘하면 1∼2석을 추가할수도 있지않겠나하는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있다.
반면에 4백35명을 모두 새로 뽑는 하원의원선거에서는 공화당의 열세가 두드러진다.
현재의 의석분포는 민주당 2백42, 공화당 1백91, 공석 2로 돼있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주당의 하원지배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면 집권당은 처음맞는 중간선거에서 15∼20석정도의 하원의석을 잃어왔다. 공화당은 이번에 20석정도만 잃어도「레이건」이 앞으로 일하는데 별지장이 없다고 보는 반면 민주당은 30∼40석을 추가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예일대학의 「터프트」교수도 민주당의 40석추가를 점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갤럽여론조사결과는 하원의원선거에서 민주당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53대38로 강세를 보이고있다.
주지사의 분포도 현재 27대23으로 민주당이 앞서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5석정도를 더 잃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민주당축의 낙관론의 근거에는 몇개의 「만약」 이 충족돼야 한다. 즉▲미국경제가 계속 침체되고▲실업률과 고금리가 여전히 악화되고 ▲「레이건」 의 인기가 하락돼야 한다는 점등이 바로 민주당측이 원하는 「만약」 들이다.
그 러나 공화당사람들은 「레이건」 의 정책과는 별 상관없이 개인적인 인기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소위 『「레이건」요인』 이다. 특히 서부와 남부지역에서의 「레이건」 의 인기는 요지부동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레이건」행정부 사람들은 「국민총정신지수」(GNS) 가 점차 상승되고 있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GNS란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편리성등을 적절히 혼합한 지수.
「레이건」 의 인기와 악화된 경제상황이 서로 어떤 작용을 일으켜 표로 연결될지가 관심의 대상이긴 하지만 「레이건」 의 2년치적이 별로 내세울게 없다는 현실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선 아무래도 민주당측이 약간 득세할것 같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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