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더 궁금한 뮤지션, 곽진언 슈퍼스타K로 날개 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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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6’에서 곽진언(23)의 우승은 이변에 가까운 것이었다.

중저음 보컬인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적합한 참가자가 아니었다. 시즌2의 허각처럼 청중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고음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시즌3의 울랄라세션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를 부릴 재주도 없었다. 스타성 면에서 곽진언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김필을 우승자로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심사위원도 청중도 곽진언에게 손을 들어줬다.

통기타 하나만 들고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자작곡 ‘자랑’의 가사)라고 읊조리는 그의 진심에 모두 굴복했다. 생방송 무대 틈틈이 만들었다는 ‘자랑’은 백지영 심사위원이 “올해 봤던 가사 중에서 최고”라고 평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곽진언은 이 곡으로 단번에 미래가 궁금한 뮤지션이 됐다. 24일 우승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공연 한 시간을 채울 만큼 자작곡이 쌓여 있다”며 “빨리 1집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상 소감을 말하는데 말문이 막히더라. 동생에게 “잘하자”라고 짧게 말했는데.
“그때 말문이 막혔던 이유는 동생 때문이에요. MC 김성주씨가 오른쪽에 서 있어서 그쪽을 바라보고 말하려는데, 저 뒤에서 동생이 울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제대로 말을 못했어요. 동생한테 이제 잘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승곡으로 자작곡 ‘자랑’을 불렀는데, 조용한 곡이라 불리할 수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이기도 하고,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곡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기타 하나에 목소리를 얹을 수 있는 ‘자랑’이란 곡을 하게 됐죠. 선택한 이상 어떤 점수를 받더라도, 그 곡의 진심이나 마음 같은 게 전달되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너무 높은 점수를 주셔서 깜짝 놀랐고, 꿈인지 생시인지 의아해 했습니다.”

-‘자랑’이란 곡에서 자랑하고 싶은 ‘그대’는 누구인가.
“친구들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딱히 큰 의미를 두고 쓰진 않았어요. 듣는 분마다 다르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 아빠, 친구, 옛 연인일 수도 있고, 누구나 미안한 사람은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노랫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신중을 기하는 편이고요. 제 가사를 듣고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쓸쓸해진다거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은 1등 한 것을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나.
“저희 가족이요. 아들이, 형이 세상에 나와서 노래했고, 마지막 무대까지 열심히 노래했다는 것을 가족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현재 곽진언은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청소년기에 홈스쿨링으로 공부했다. 한 때 드럼을 치다가, 2년 전부터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틈틈이 작사ㆍ작곡을 하면서 홍대의 작은 카페에서 공연했다.

-홈스쿨링한 것이 음악하는데 도움이 됐나.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부모님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수학시험을 봤는데 21점을 받았어요. 그 다음부터 공부를 안 시키더라고요.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학원도 다니고, 독학도 했고, 학교를 안 다녀서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슈퍼스타K 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더 잘 맞는 것 같은데, 참가 계기는.
“홍대의 작고 소소한 무대도 행복하긴 했지만 많은 분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유재하 가요제나 대학가요제처럼 제 나이 또래 친구들에겐 슈퍼스타K가 등용문인 것 같아요. 색깔있는 뮤지션이 나올 수 있는.”

-홍대에서 공연할 때 인기가 많았는지.
“제 공연을 꾸준히 보러 오신 분들이 있었어요. 기획사의 데뷔 제의도 있었고요. 하지만 음악을 먼저 알려드리고 앨범을 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자작곡은 얼마나 만들었는지.
“지금도 계속 쓰고 있고요. 곡 쓰는 거 좋아해서, 사실 이틀 전에도 썼어요. 한 시간 공연을 넉넉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갖고 있어요. 빨리 앨범을 내고 싶어요. 1집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만이 아니라 모두 신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담고 싶습니다.”
(슈퍼스타K6 김무현 PD는 "80곡 가까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안다"며 "곽진언의 자작곡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경연을 자작곡으로 하고 싶을 만큼 좋은 곡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영향을 받은 가수가 있나.
“김현식님이죠. 그분의 노래도 좋지만 삶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김광석, 김동률, 이적 다 좋아하고요. 저도 그 분들처럼 멋있게 살고 싶어요.”

-상금으로 무료 공연을 한다고 약속했는데.
“장소를 섭외해서 페이스북 추첨을 통해 초대할 예정이에요. 오랫동안 공연을 쉰 만큼 제 노래도 들려드리고,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까지 빚을 많이 지고 살아와서 감사한 분들께 보답하고 싶어요.”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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