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유치원 수업 1~2시간 축소 추진 … 직장맘 “일을 그만둬야 할 상황”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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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하루 다섯 시간인 서울 지역 유치원 수업시간이 내년부터 3~5시간으로 사실상 축소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현행 교육부 지침에 따라 유치원 아이들은 하루 다섯 시간 유치원에서 생활하다 오후 2시쯤 귀가해 초등학교 저학년생보다 귀가가 늦다”며 “기관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아이들의 체력·발달 단계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 운영위원회에서 조정·합의해 수업시간을 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조 교육감이 수업시간 축소의 배경에 대해 “수업 부담이 크다는 유치원 교사들의 요구를 일차적으로 수용했다”고 발언하자 일각에선 "학부모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직장맘 김모(35·서울 천왕동)씨는 “3시에 유치원을 마치는 아이를 챙기기 위해 직장을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점심도 거른 채 일하는데 아이의 귀가시간이 당겨지면 일을 아예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며 “일찍 귀가하는 아이를 위해 유치원 방과후 특별활동을 추가로 시키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맘 황모(42·서울 방이동)씨는 “아이가 2시에 유치원이 끝난 뒤 바로 태권도 도장에 가는데 수업시간이 줄어들면 남는 시간을 또 다른 사교육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며 “누리과정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만큼 유치원들도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맞벌이 부모의 경우 교육청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 종일반 제도(에듀케어)를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장맘 김씨는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도와주겠다면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도 “공립 유치원이 20%에 불과한 현실을 교육청만 모르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교육청 계획에 대해 “유치원 수업시간에는 급식·바깥놀이·등하원 지도 시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수업시간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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