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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경제운영의 기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외 경제여건의 침체로 인해 경제 운용계획이 불가피하게 수정되고 있다. 제5차 5개년 계획의 초 년도부터 각 부문의 목표치가 빗나갈 것이 확실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기획원이 밝힌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8%에서 6%로 내려가고 있고 내년 계획도 5차 계획상의 7·5%에서 7%로 낮아지고 있다.
세계경기의 부진으로 수출목표가 계획보다 1년씩 지연되고 있고 국내 투자도 저조하여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러한 경제환경의 변화를 감안, 정책운용 방향에 약간의 변화를 주려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올해 목표였던 2백 50억 달러의 수출을 내년으로 이월하면서 내수를 늘려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경기의 회복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하여 경제운용 계획을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의욕만을 앞세워 무리한 목표를 선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행히 원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으로 수입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물가 상승률만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한자리 물가가 올해부터 실현되고 있어 성장과 안정을 함께 추구할 바탕은 마련되고 있다.
내수를 자극하여 경제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정책에 일단 조건이 구비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해서 수출을 증가시키고 내수도 못지 않게 불러일으키느냐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출주도형 경제를 지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왜 수출에 주력해야 하는가는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올해 들어 수출 증가율이 저하하고 있는 것은 세계무역의 신장이 답보하고 있는데서 오는 현상이지만, 내재적인 취약점은 없는 것인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동안의 물가상승을 환율인상으로 보전하면서 일시적인 수출증대 책을 쓰는 것이 타당했던 것인가.
그보다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도입을 적극 권장하는 등 기술혁신이 꾸준히 계속되는 것이 수출주도경제의 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상품, 고가 품의 개발은 기술혁신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산업계가 기술수준의 향상에 중점을 두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투자를 늘려나갈 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내수와 연결된 수출을 모색해야 한다. 내수기반이 허약한 수출이 해외요인의 변동에 의해 얼마나 그 약점을 노출하는 것인지 우리는 경험했다.
한때 호황을 누리던 수출업종이 단기간에 도산하는 예가 있었다. 내수경기를 살려나가는데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나 수출시장만을 겨냥한 수출산업을 내수와도 연결시키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시장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법인세, 소득세를 인하하려고 한다. 내수 환기에 도움이 되는 세율 인하인 만큼 과감한 실천이 요청된다.
기업의 투자의욕, 가계의 소비의욕을 북돋는 최선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세입감소에 지나친 신경을 쓰지 말고 일부 물품세율의 인하조정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세에 있으면 정부의 세출증가 요구도 자연히 감소할 것이므로 세제의 개편이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의 경제개발 패턴이 강제 저축의 증가에 의존했던 것인데 반해 5차 5개년 계획은 다분히 기업·가계의 자발적 저축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형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세율구조의 개혁으로 기업·가계의 저축여력을 늘림으로써 내수를 자극하는, 비 인플레이션 적인 경기회복 책에 좀더 관심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요컨대 수출·내수·저축의 3대 요소가 우리경제를 발전시키는 경제정책의 근간(fundame-ntal)인 것이다.
한때의 현상에 집착하여 응급대증요법에 급급한 나머지 그「기본」을 잃는 정책이 나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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