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긴급조정 땐 손해"…아시아나 협상 재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아시아나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30일 이후 중단됐던 노사협상을 5일 재개키로 했다. 주말까지 노사협상이 자율적으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는 정부의 경고를 의식한 것이다.

조종사 노조 파업 19일째인 4일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충북 속리산의 노조 농성장을 방문, "업무에 우선 복귀한 뒤 협상을 계속하자"며 노조를 설득했다. 박 사장은 "인사.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노조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선 복귀, 후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제3자인 정부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으므로 무조건 교섭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조종사 자격심의위원회에 노조원 3명 참석' 등 13개 핵심 요구사항을 회사 측이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섭이 재개되면 협상이 급진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사 모두 긴급조정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 관계자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자칫 인사.경영권과 관련된 사안까지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노조 관계자도 "13개 핵심 요구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며 협상을 재개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협점을 찾지못한 채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조종사 노조 파업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연대파업에 이어 철도 노조.서울지하철 노조.도시철도 노조와의 연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법을 감수하고라도 쟁의행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철도노조 등이 연대파업에 돌입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조합원 투표에서 이미 파업 결의를 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하면 항공 대란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긴급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노동계 전체가 조종사 노조 파업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부는 또다시 노동계와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찬.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