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초 시대, 여성인력 활용은 국가적 과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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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에 우리나라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처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내년 여성인구는 2531만 명으로 남성(2530만 명)을 추월한다. 1960년 인구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이는 노인층 가운데 여성이 많고, 남녀 성비가 정상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성(84.4세)이 남성(77.6세)보다 훨씬 높아 노인층으로 갈수록 여성이 많다. 또 남아 선호사상으로 90년 역대 최고(116.5)를 기록했던 남녀 성비도 지난해 105.3으로 떨어졌다. 신생아의 성비가 7년 연속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어 여초(女超) 현상은 이제 대세나 다름없다.

 반면 우리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저출산이 고착화되면서 이민을 통해 외국인 노동력을 들여오지 않는 이상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기준 5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62.3%)에 못 미친다. 이 격차는 고학력 여성일수록 더 심하다. 우리나라 여성 대졸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2.4%로 OECD 여성 대졸자 평균(82.6%)보다 훨씬 낮다.

 취업을 하더라도 결혼·출산으로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이 406만여 명에 이른다.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는 20대엔 남성과 비슷한 37.1%지만 30대 들어서면 44%로 남성(6.7%)에 비해 훨씬 높아진다. 한쪽에선 노동력이 모자라는데 한쪽에선 고학력 여성 인력이 취업을 포기하는 기형적인 구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포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매년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제 여성인력 활용은 단순한 양성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내야 할 때가 왔다. 노동력이 모자란다고 갑자기 출산율을 높일 수는 없다. 육아 문제 등으로 일을 못하고 있는 여성 인력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이 출산·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시간제·재택근무·시간제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보장하는 국가·기업·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이 육아·자녀교육·가사를 도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꾸로 남성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낡은 인식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남녀 모두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도 확 바꿔야 한다. 아직도 채용·인사·승진에서 여성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왜 많은 다국적기업이 한국의 여성 인력을 높이 평가하고 중용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력 부족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는 지금, 여성인력 확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