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1학년인 아들 켐핑보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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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고1인 아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상주시가지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갑장산에서 2박3일 캠핑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애로만 여겨왔던 아들이 어느새 친구들과 캠핑을 할 경도로 켰꾸나 싶어 대견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스런 마음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 정할 수 없으니 아빠의 허락을 받자고 하여 한 달 전에 전근되어 외지에 가 계시는 그이에게 시외전화를 걸었다. 내심 거절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기대한 대로 그이도 한마디로 거절했고 떨어진 학과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대답이었다. 그이의 말을 아이에게 전하는 나는 안심하면서도 미만한 마음이 들었다. 보내달라며 떼거지라도 쓰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텐데 아들표정은 조용하기만 하니 그 침묵의 그늘속인 원망과 야속함이 엿보이는 듯해 마음은 번치 못했다. 그런데 그이 또한 가지 마라 해놓고 마음이 안됐던지 1박2일로 해서 가라고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은 활짝 펴진 얼굴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만나고 야단이다.
「그래 즐겁게 놀아라. 고3이 되면 입시에 시달려야 할 네가 아니냐. 이 여름방학을 실켯 놀면서 자연을 배우고 조금은 인생이라는 것도 배우도록 하라」
나는 쌀이며 고추장이며 반찬이며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었다. 나 역시 나만의 오붓하고 약간은 자유스러운 해방감에서 1박2일을 뜻 있게 보내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아들을 배웅하고 들어오니 이게 웬일일까.
한꺼번에 허전함이 몰려오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라디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며 어느새 기도하는 여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극심한 가뭄 속이지만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는 비가 오지 말기를 빌었고 뱀조심, 음식조심, 물조심을 시켰지만 거듭 당부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나뭇가지에 팔이 찔릴까, 풀쐐기에 쓰이지는 않을 까도 염려돼 긴소매를 안 입혀 보낸 것이 마음 아프도록 후회가 됐다. 계집애처럼 나약한편이라 다른 팀들과 싸움 일어날 걱정은 없지만 두둘겨 맞지나 않을까 어간 걱정되는게 아니었다.
걱정을 말자고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늘어지게 늦잠을 잔 나는 아침은 미숫가루로, 점심은 냉장고속의 복숭아로 때우고 저녁애야 무사히 돌아온 아이와 함께 밥을 먹으며 나만의, 나를 위한 시간이 결국 허전함과 늦잠과 굶은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잠키게 되었다.
시장을 보는 것, 밥을 짓는 일 등 일상들이 남편과 자식을 위주로 한 생활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남편과 자식들 속에서 안이한 행복감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보통여자들 중의 한 여자가 바로 나임도 깨달았다.<경북상주군상주읍인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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