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처리 특별법이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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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3일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 ▶국민 여론이 테이프 내용의 공개를 원하고 있고 ▶내용 공개는 정치권이 별도의 법을 제정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며 ▶검찰이 수사 중인 만큼 특검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관계 수석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최인호 부대변인이 밝혔다. 회의에는 김 실장 외에 문재인 민정, 이강철 시민사회 수석과 김병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국정원 불법 도청 테이프 처리 특례법안'의 조항 마련에 착수했다. 열린우리당은 문병호 법률 담당 원내 부대표를 중심으로 이번 주 중 초안을 완성키로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특별법에는 성직자와 원로 법조인.학자 등을 중심으로 가칭 '진실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며 "위원회에서 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사후 처리 방향을 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 숫자는 5명 안팎, 많아도 7명 내외를 고려 중"이라며 "위원회는 도청 테이프 내용만을 조사토록 하고, 관련자 소환 조사권 등은 부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별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거나, 이를 공개.누설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예외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위원회 결정 없이 내용을 누설하면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형량의 하한선(1년 이상의 징역 등)을 정하거나, 상한을 15년 이상 등으로 높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 위원회가 연말까지 3개월간 활동케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혹 연장하더라도 한 차례(3개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에 수사의뢰권을 주는 문제는 아직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찬성 선회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그러나 민노당은 테이프 공개 주체가 위원회가 아닌 특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위원회가 공개한 테이프 내용에 범죄 단서가 있을 경우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특별법은 도청 내용을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어서 반대한다"고 해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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