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극장 '뚱보 발레리나' 만삭의 몸으로 춤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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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볼쇼이 극장에서 쫓겨났던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 아나스타시야 볼로치코바(29.사진)가 최근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춤을 추는 열정을 보였다. 자신의 발레 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비디오 촬영을 위해서였다. 볼로치코바는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대에 올라 발끝 회전과 일자로 다리 벌려 앉기 등 고난도 기술을 가뿐히 연기했다. 1930년대 소련의 전설적인 발레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제안했으나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임신부의 춤'을 처음으로 구현한 것이다. 볼로치코바는 "임신기 내 예술활동의 기억을 간직하고, 니진스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무대에 선 이유를 밝혔다.

볼로치코바는 2003년 "몸이 무거워 상대역을 맡을 무용수가 없다"는 이유로 볼쇼이 극장에서 해고됐다. 이후 극장 측과의 오랜 법정 투쟁 끝에 복직 판정은 받았으나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아기 아버지는 러시아의 유명 투자회사 사장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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