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경우의 수’ 전성시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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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04면

고등학교 때 수학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우의 수·확률·통계 부분은 젬병이었습니다. 문제가 나오면 그냥 포기하는 셈 치고 찍곤 했습니다. 제 친구들 대부분도 확률통계는 잘 못 풀더라고요.

나중에 재수를 하면서 ‘나는 왜 확률통계를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 결론은 이랬습니다. 확률통계 부분은 항상 수학책의 맨 마지막에 있다. 겨울방학 마치고 새 학기 준비하는 어수선한 기간에 배우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렇게 기초가 약하고 매번 덤벙덤벙 넘어가니 제대로 알 턱이 없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제일 쓸모가 있는 수학이 바로 확률통계더라고요. 우선 무슨 일을 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여러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꼽아야 하죠. 통계는 요즘 화두인 ‘빅데이터’와 직결되더라고요.

문득 대학교 때 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쉬운 일은 모든 사람에게 쉽고, 어려운 일은 모든 사람에게 어렵다. 따라서 어려운 일을 쉽게 할 수 있으면 만사가 잘 될 것이다.”

이 얘길 미리 들었으면 어려운 분야일수록 열심히 해보는 건데. 그땐 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입 수학시험에서 확률통계 문제를 다 맞혔다면 지금 제 인생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아이, 아무리 그래도 확률통계 공부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네요. 대입 준비를 다시 하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올해 수능도 이제 다 끝났는데 말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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