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동포의 모국왕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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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을 포함한 모든 공산권거주 동포의 모국자유왕래를 보장하겠다』고한 전두환 대통령의 「8·15」선언은 평화적인 국토통일을 이룩하고 말겠다는 우리측의 자세가 얼마나 진지하며 계실 한 것인가를 새삼 나타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전 대통령은 광복절 제37주년 경축사를 통해『대화를 하지 않고는 어떤 문제도 풀 수 없으며, 지금과 같이 서로 문을 닫고 접촉을 꺼린다면 민족화합과 통일은 그만큼 늦어진다』 고 지적하면서 공산권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자유로운 모국방문을 보장한다고 선언했다.
사실 사회개방을 통해 민족적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노력은「1·12및6·5대북 제의」이래 꾸준히 추구되어온 새 정부의 일관된 정책지표의 하나였다.
『공산권거주 동포의 모국자유왕래 보장』은 이제 7년을 헤아리는 조총련계 재일 동포의 모국방문과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우리사회, 우리체제의 우월성과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북한동포 말고도 공산권에는 약2백50만 명의 우리동포가 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약2백만 명은 중공의 요령성에 「조선인자치구」를 형성해서 우리민족고유의 풍습을 지니며 살고있으며, 소련에도 약50만 명의 동포가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지방과 사할린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의 소식은 최근 소련과 중공의 문호가 조금씩 개방되면서 우리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조국의 귀중함은 조국을 떠나보아야 안다는 말이 있지만, 나라를 잃고 낯선 타국으로 떠난 유민들이 해방된 지 37년이 되도록 고향의 땅을 밟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한이 어떤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전 대통령의 공산권교포 모국자유왕래보장 천명은 민족의 구성원 모두에게 남북쌍방의 체제를 공평하게 비교할 기회를 줌으로써 우리의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정치적인 뜻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보장은 무엇보다 해외동포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 땅을 마음대로 다녀갈 수 있고 헤어진 가족들과의 상봉을 성취시켜준다는 인도주의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을 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정부는 공산권거주 동포들의 통신교환 및 모국방문이 이루어지도록 주선해왔고 실제로 중공거주동포 가운데는 고향에 돌아와 1개월 남짓 머물고 간 경우가 있었다.
일단 분단된 국토가 다시 하나가되는 일은 예사 일 일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통일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펴 나가야함은 우리세대가 당면한 역사적 소명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공산권동포의 모국자유왕래 보장천명』 은 평화통일을 위한 또 하나의 초석을 놓은 셈이 된다.
같은 분단국인 독일의 경우 매년 8백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자유롭게 동서독을 왕래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왕래가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시켜주고 화합을 촉진하는 첩경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교과서왜곡」에서 보듯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움직임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결 절실한 것이 하나가된 민족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만약에 이번 8·15선언에 담긴 우리측의 제의마저 북한측이 거부하거나 중상한다면 그것은 민족적 염원인 통일을 외면하고 있다는 산 증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선언이 내포하는 의미가 통일문제에 전향적으로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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