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합의문 작성 막바지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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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차 북핵 6자회담 개막 일주일째인 1일 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입구에서 중국 공안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개막 1주일을 맞은 베이징 제4차 6자회담이 합의문 작성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1일 각국은 중국이 제시한 2차 초안을 토대로 양자협의와 차석대표 회의를 열고 조율을 시도했다. 6개국은 협의 결과를 반영한 3차 초안을 토대로 2일 수석대표 회의를 열어 협상 타결을 모색한다.

한국 대표단 관계자는 "현재 다루는 내용들이 과거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고 질적으로도 다르다"며 "핵심 쟁점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달려드는 식이라 작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협상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어려운 쟁점이 남아 있어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쟁점은 ▶폐기될 북한 핵의 범위 ▶폐기 선언의 문구 ▶북.미 관계 정상화 표현의 수위 등이다.

이날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한국의 전력 제공 제안과 대북 경제협력 문제는 최종 합의문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한반도 비핵화 약속과 핵 기술을 제3국이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에 이전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약속이 합의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 남.북.미 숨가쁜 삼각 양자 협의=이날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선 관계국 수석대표의 양자 협의가 숨가쁘게 이어졌다.'한.미→북.미→남.북→북.미'의 순서로 수석대표 회담이 열렸다. 전날에 이어 속개된 6개국 차석대표 회담은 3시간30분 동안 계속됐다. 핵심 쟁점에 대해 자국의 입장이 관철될 경우 부수적인 문제들에서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견을 좁혔다.

우리 대표단 관계자는 "차석대표들 차원에서 타결이 어려운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2일 수석대표 회담을 소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2일 수석대표 회의의 분위기가 회담 전체의 성패와 합의문의 수준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편 1차 초안이 나온 지난달 30일 북한 대표단이 베이징 시내 북한 식당으로 미국 대표단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성과를 내는 회담을 만들자'는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회담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핵 폐기와 관계 정상화 수준 둘러싼 이견=양자 접촉들에선 합의문의 두 축인 북한 핵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관련 문구가 어떻게 조정될지가 현안이었다. 그중 핵 폐기 범위가 큰 쟁점이다. 특히 '평화적 핵 이용'을 둘러싼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엔 ▶대북 송전 계획을 담은 한국의 중대 제안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가 함께 얽혀 있다. 또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은 허용해야 한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있다. 때문에 '모든 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완강한 미국이 얼마나 유연해지느냐에 달렸다는 게 회담장 주변의 기류다.'핵 폐기'라는 표현이 그대로 담길지도 관심이다. 북한이 이 표현을 수용하려면 미국이 관계 정상화와 관련돼 진전된 약속을 해줘야 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서승욱 기자 서울=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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