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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납품사, 기술력·품질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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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면서도 기죽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ODM(Original Decelopment of Design Manufacturing) 업체들이다.

ODM은 제조업자 개발.설계 생산방식을 말한다. 유명 브랜드의 일방적인 하청을 받아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과 다르다. 독자 상표를 붙이지는 못하는 사정은 비슷하지만 ODM 업체들은 개발력과 상품기획력을 갖고 있어 대기업등과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꼽은 ODM업체의 성공사례를 살펴본다. 중소기업의 생존열쇠는 역시 기술력이었다.

의류업체인 '노브랜드'는 말 그대로 독자 브랜드가 없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은 DKNY.바나나리퍼블릭.GAP 등 유명 브랜드를 달고 전세계에 팔려 나간다.

1994년 설립 당시 20대 초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독자 브랜드로 내수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얼마 안가 사업을 접었다.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비집고 들어간 공간이 적었다. OEM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이어 입맛에 맞추느라 적자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 회사 김기홍 사장은 궁리끝에 회사역량을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유행에 맞춰 제품을 만드니 해외 브랜드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노브랜드의 수출 실적은 1억3000만 달러. ODM 생산 첫해 500만 달러를 수출했던 것에 비해 무려 26배나 늘었다.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고객주문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갖춘 결과다.

화장품업체 코스멕스의 제품들은 공장을 나오는 순간 태평양.LG생활건강.더페이스샵.코리아나 등 국내 대표급 업체들의 상표가 붙는다. 이 회사 이경수 사장은 미리 트렌드를 분석해 신제품을 개발, 고객사를 찾아간다. 스킨케어.립스틱.헤어케어.아이섀도 등 거의 전 품목에서 각 업체 히트상품을 내 놓은 코스멕스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 로레알의 '메이블린'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코스멕스는 현재 직원 230명 가운데 60 여 명을 연구인력으로 두고 매년 매출의 7%를 R&D비용으로 쓰고 있다.

국내 화장실 양변기 시장은 대림요업.계림요업.동서산업이 거의 3분하고 있는 상태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대소변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하는 밸브 등 일부 부품은 모두 와토스의 제품을 쓰고 있다. 와토스는 양변기 밸브, 샤워기 등과 관련한 국내외 특허 80 여 건을 갖고 있다. 와토스 관계자는 "중소기업체면서도 납품회사에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시장을 선도할만한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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