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축구, 일본에 신나는 설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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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김현기 기자] 김명성 감독이 이끄는 북한축구대표팀이 일본축구와의 질긴 악연을 끊고 2005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첫 승전고를 울렸다. 북한은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전반 27분 터진 김영준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북한은 이로써 승점 3점을 확보, 이번 대회 단독 선두에 올랐으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당한 2연패의 수모도 깨끗이 되갚았다. 북한은 김명철과 박성관을 투톱으로 가동했고, 전력의 핵으로 꼽히는 김영관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해 공수 조율의 역할을 맡겼다. 반면 일본은 플레이메이커 오가사와를 축으로 오구로와 다마다가 공격의 삼각편대를 구축, 김명길 골키퍼가 지킨 북한의 골문을 겨냥했다. 볼점유율을 높인 일본의 일방적인 공세가 계속됐지만 북한의 역습도 매우 날카롭게 진행됐다. 전반 6분 김철호의 매서운 왼발슛으로 포문을 연 북한은 전반 27분 일본수비진의 클리어 실수를 놓치지 않고 김영준이 오른발 땅볼 슛을 연결해 일본의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북한의 반격을 예상치 못했던 일본의 지코 감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후반 다마다를 대신해 다나카를 교체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끝내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후반 18분 오구로의 헤딩슛은 왼쪽 포스트를 살짝 빗나갔고, 27분 알렉스의 슛은 수비벽에 맞고 굴절됐다. 한편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4만여 한국팬들은 큰 목소리와 함성, 우레와 같은 박수로 3년만에 남녘 땅을 밟은 북측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북한 선수들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경기시작 전 동쪽 스탠드에서부터 인사를 하기 시작해 경기장 사방을 돌면서 관중들에게 큰 절을 올렸다. 특히 북쪽 스탠드 하단 왼쪽에는 대형 한반도기와 함께 한국지도를 형상화한 호랑이 그림을 내건 응원단이 손에 한반도기를 들고 북한 선수들을 감격스럽게 맞이해 남북사이의 뜨거운 정을 어렵지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3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북한과 일본의 경기에서 김영준이 선제골을 터뜨린 뒤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대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대전 = 김현기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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