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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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학연구가 문학의 본질을 정당하게 밝히려면 일종의 사회문화론과 통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요즈음이다.
이 책의 임형택·최원직 두 편자는 그러한 관점에서 쓰인 논문들을 일일이 찾아 검토하여 시대의 특성을 드러내고 작품의 사적성격을 규명한 중요한 논문을 모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고전시와 근대시의 차이가 비단 그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향토에서 민족으로 확대된 세계인식에 근거함을 밝히고, 근대시의 전개에 민요의 자원이 소홀히 취급된 현상을 비판한 후에 그러한 기준에 비추어 근대문학에 내재한 식민지적 유산전체를 단호히 부정하는 내용은 이 책의 한 중심선이다. 한국의 근대문학은 18세기문학의 계승인 동시에 19세기문학의 반동성에 대한 극복임을 해명한 관점도 뛰어나다고 보인다.
개화파의 추종적 근대화와 계몽파의 보수적 전투성을 비교하여 그 각각의 한계를 지적하고, 20세기 초엽의 문학적 업적 가운데 공정적인 것은 판소리의 비판적 계승임을 해명하여 지식인의 개별 작업만으로는 근대문학 창조의 조건을 형성할 수 없다고 규정한 관점 또한 독창적인 견해다.
3·1운동 이후에 심화되고 확대된 민족운동의 일부로서 그 나름의 상승과정을 보여준 20년대 문학에 대해서는 시대인식과 작품분석이 고루 융합되고, 그 위에 사학자의 분석까지 첨가되어 이 논문들만으로도 20년대 문학의 기본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할만하다.
일제의 군국적 폭압 아래 민족운동이 객관적 사회인식을 한층 더 공고히 하였던 일제말을 다룸에 있어서는 그와 보조를 맞추어 비판적 업적을 중시하고, 또한 친일분자의 의식성향에 대하여도 분석해가고 있다.
편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후좌우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것으로 편자들의 노력이 어떠했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교하고 치밀한 해석의 근원에 실천적 정열이 일관함을 뚜렷이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색이요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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