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기 끝나가지만 … 국내 채권 내년 봄까지 비중 확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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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채권투자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좋은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6년간은 채권투자자들에게 최고의 황금기였다. 채권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기존 채권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2008년 5%대였던 국채 3년물 금리가 최근 2.2% 아래로 내려왔다. 덕분에 펀드 역시 주식형보다 채권형이 더 선전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채권형 펀드는 최근 5년간 24.2%의 수익을 내 주식형 펀드(21.9%)를 앞질렀다.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해외채권형 펀드(42.3%)는 지난 5년 동안 해외주식형(6.2%)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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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제 미국 등 선진국 기준금리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독일 국채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으로 언젠가는 금리가 오를 일만 남은 셈이다. 금리가 오르면 낮은 금리에 발행된 기존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본다.

 하지만 국내채권은 아직 팔 때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신동준 자산분석실장은 “초저금리 속에서 투자 대안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 4~5월까지는 국내채권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 올해 한은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크게 보면 경기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였다. 그런데 최근 ‘환율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내자 이번엔 일본이 돈줄을 풀고 있다. 유진선물 김대형 연구원은 “2012년 이후 엔화가치와 국내 기준금리 움직임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엔화약세가 계속된다면 한은이 금리인하 시점을 당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요인은 수급이다. 채권을 주로 사들이는 건 연기금과 보험사다. 최근 노령화로 이들이 굴리는 자산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리가 낮아도 채권을 더 담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채권금리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만이다. 대만은 고령화로 보험사 운용자산이 늘어나면서 채권수요가 늘자 2000년 5.3%였던 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 1.6%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채권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는 건 기준금리가 더 내려간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만약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한다면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 신홍섭 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국내 채권금리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내년 1분기에는 2.25%, 연말에는 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IBK투자증권 등도 내년 기준금리 동결과 채권금리 점진적 인상을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끌어올렸던 2004~2006년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표시 채권은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신 연구원은 “미국이 아무리 금리 인상의 충격을 줄이려고 해도 시장의 심리적 부담은 어쩔 수 없다. 내년 2분기가 가장 조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다만 KDB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현재 미국보다 시장금리가 낮은 대만·이스라엘 등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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