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이야기하며 정서 잃지않아 "서정과 사상이 주화된 시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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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계곡을 흐르는 물같이 유유한 가락을 지니면서도 그시를 읽었을때 그속에 담긴 시인의 사상으로하여 마치 폭포가 그려진 것 같이 느껴질수 있는 시를 쓸수있다면 열마나 좋겠습니까.』
시인 송수권씨가 바라는 시의 세계는 이같은 것이다. 서정과 사상이 조화된 시세계. 송씨는 이같은 일을 할 수 있어야 시인의 존재의 의가 있고 시가 있을 구실이 생긴다고 믿는다.
『우리 시중에서 이러한 시를 들자면 만해 한용운의 「논개의 애인이 되어라」 후님의 침묵」등과, 거슬러 올라간다면 신라 때의 향가중 「제망매가」같은 것이 보입니다.』 설움을 이야기 하면서도 한낱 감상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아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여 희망을 가지도록하는 구원이 문학이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송씨는 그의 시적 성장속에 이러한 시를 향한 고심을 보여왔다. 75년 「문학사상」에 데뷔할때 『산문에 기대어』 『지리산 뻐꾹새』 등을 쓰면서 그는 서정시인으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78년 『미류나무 끝』을 쓰면서 시인으로서 그의 태도는 바뀐다.
「낯간지러운 서정시로홍타령이나 읊으며/우리들처럼 어깨춤이나추며…/이강산 좋은 한철올 너는 무심히 지나갈 거냐고….」 여기에서 보이는 것은 송씨의 자기 반성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눈물이다. 송씨는 이때부터 그의 시에 역사적 자각을 포함시킨다.
장시『동학난』에서 간학운동을, 『겨울강화항』에서 항몽운동과 붙들려가는 고려처녀의 슬픔을.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을 다룬 『적분』, 백정들의 이야기인 『백숙전』을 썼고 분단문제까지 관심을 기을여 『풍장』 등의 작품을 냈다.
『민족의 함성인 3·l운돔, 4·19등에 대해 우리 시인들의 작품이 나오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일입니다.』
이러한 작품을 쓰면서도 그가 항상 주의한 것은 서정의 상실을 막는것이었다. 그는 영낭의 여성적인 남도 리듬을 남성적인 톤으로 바꾼 치렁치렁한 가락으로 시속에 서정을 살려온 시인이다. 『역사성에 관심을 두다보니 리듬이 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가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사상과 정서가 함께하는 시를 쓰게 되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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