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체 원서 쓰고, 응시한 공인시험 점수 모두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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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타운대는 공통 원서가 아닌 자체 원서를 사용하므로 지원자는 꼭 입학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조지타운대 캠퍼스 전경(왼쪽)과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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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대(Georgetown University)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모교로 잘 알려져 있다. 국제 정치·외교의 심장부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한복판에 위치한 덕에 수준 높은 정치·외교학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실무 경력을 중시하는 정치·외교 분야 특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폭넓게 제공한다. 워싱턴DC엔 미 정부기관과 국제기구·세계은행 등 다양한 분야의 싱크탱크가 몰려 있어 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다채로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조지타운대는 총 4개 학부로 구성된다. ▶기초과학·인문학·사회과학 등을 포괄하는 조지타운 칼리지(College) ▶경영·경제 전문 맥도너 비즈니스 스쿨 ▶국제외교·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월시 스쿨(Edmund A. Walsh School of Foreign Service·이하 SFS) ▶간호대학이다.

무분별한 수시 지원 막는 ‘얼리 디시전’ 채택

조지타운대는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공통원서(Common Application)를 사용하지 않는 몇 안 남은 미국 최상위권 대학 중 하나다. “우리 대학에 꼭 입학하고 싶은 학생만 원한다”는 신입생 선발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전 세계 인재가 몰려 조지타운대 입학경쟁은 치열하다. 지난해 수시 전형 합격률이 14.2%, 정시를 포함한 전체 합격률이 16.6%에 그쳤다. Real SAT 어학원 권순후 대표는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간호대 합격률이 포함된 통계이므로 지원자가 느끼는 다른 단과대 체감 합격률은 더욱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통원서를 도입한 후 경쟁률이 세 배 이상 높아진 시카고대 사례를 봤을 때 자체 원서를 쓰는 조지타운대의 경쟁률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조지타운대는 얼리 액션(Early Action·합격해도 입학하지 않아도 되는 수시 전형 제도)을 적용한다. 또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합격하면 반드시 입학해야 하는 제도)을 채택한 대학에는 함께 지원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지원자들의 무분별한 수시 지원을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조지타운대에 지원할 땐 이 대학에만 입학 목표를 두거나 얼리 액션 제도를 적용하는 대학에만 지원해야 한다.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따로 선발한다. 그중 SFS 지원자 수준이 상당히 높아 입학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기하고 SFS를 선택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

 조지타운대가 2005년 카타르 도하에 세운 SFS 캠퍼스도 입학 경쟁률이 본교 못지않다. 이곳도 신입생을 별도 선발한다. 이 같은 SFS의 인기는 외교·국제정치 분야에 대한 조지타운대의 전문성과 인지도 때문이다.

 조지타운대의 학부 정원은 7600명 정도다. 대학원생은 약 1만 명으로 학부보다 많다. 그럼에도 교수진이 대학원 강의·연구에 더 주력하는 다른 연구 대학에 비해 조지타운대는 학부 교육에 공을 더 많이 들인다. 교수들이 학생 개개인의 진로 지도에 관심을 갖고 지도할 정도다.

 권 대표는 “조지타운대는 학부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단과대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세분화하고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정도로 교수진과 대학 관계자들이 학생에게 매우 헌신적”이라고 강조했다.

SAT-II 3과목 점수 요구 … 수시 전형은 예외

요즘 미국 명문대는 대부분 지원요건을 완화하는 추세다. 하버드대·프린스턴대도 지원요건 중 대학입학시험인 SAT의 II(Subject Test) 과목수를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캘리포니아주립대처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공인시험 성적에서 SAT-II 점수를 제외한 대학도 적지 않다.

 하지만 조지타운대는 여전히 까다로운 지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SAT-I 외에도 SAT-II 3과목 점수를 요구한다. ACT를 선택한 지원자에게도 똑같이 요구한다. 심지어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의 ‘스코어 초이스(Score Choice·지원자에게 유리한 최고 점수만 골라 대학에 보여주는 제도)’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지타운대에 지원할 땐 SAT-I, SAT-II, ACT 등 응시한 시험의 모든 점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수시 전형에선 SAT-II 점수가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SAT-II 3과목 점수를 제출할 수 없다면 경우에 따라 사유서를 낼 수 있으며 일반 전형에서도 SAT-II를 면제받을 수 있다.

조지타운대는 하버드대·예일대·프린스턴대처럼 니드 블라인드(need-blind·외국인 지원자가 재정 지원을 신청해도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학제도)로 바꿨다. 과거엔 제한적으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학비 전액을 지원할 정도로 확대했다.

권 대표는 “조지타운대가 외국인 학생에게 지원하는 1인당 연간 재정 규모가 평균 5만 달러에 달해 입학경쟁률이 앞으로 더욱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다양성 존중
소수 종교 성직자 둬

조지타운대는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캠퍼스 전체 분위기는 아늑하다. 그만큼 면학 분위기가 잡혀 있다. 조지타운대는 미국 내 대표적인 가톨릭 대학이다. 하지만 학부 재학생의 40% 정도만 가톨릭이다.

 대학이 나머지 다른 소수 종교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원의 6~7%인 소수 유대인 학생들을 위해 유대교 랍비를 둘 정도다. 또한 이슬람교 학생을 위해 미국 대학 최초로 이슬람교 성직자를, 올해는 100여 명의 힌두교 학생을 위해 힌두교 성직자를 각각 고용했다. 불교 등 여러 종교 동아리의 활동도 적극 후원한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글=이혜진 객원기자 lhj@joongang.co.kr,
사진=Real SAT 어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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