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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왜 아이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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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31일, 명동·강남 등 서울 각지의 이동통신사 판매점에는 우산을 쓴 사람들의 행렬이 400m 이상 늘어섰다. 한 40대 남성은 사흘 간 이통사 매장 앞에 진을 쳤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정한 보조금 상한선(최대 34만5000원)이 한때 무너지기도 했다. 모두 아이폰6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2009년 KT가 ‘아이폰3’를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온 이후, 이같은 ‘아이폰 매니아’ 현상은 6년째 매년 반복되는 행사다. 독선적으로 비춰지는 ‘고가(高價) 정책’, 배타적인 애플리케이션(앱),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양, 여전히 불편한 애프터서비스(AS)에도 이처럼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의 애정이 식지 않은 이유는 뭘까.

 반면 국가대표급 스마트폰인 갤럭시는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적잖게 고전하고 있다. 그래서 본지는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가 국내 출시된 직후부터 약 3주간 일반인·전문가 집단(11명)을 상대로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간 차이점을 묻는 패널 조사를 실시했다.

 변호사·회계사·학생 등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밝은 외국계 IT업체(보안 솔루션) 대표, 이동통신사 직원, IT 전문지 기자에게도 갤럭시와 아이폰 간 차이점을 물어봤다. 기술과 기능 비교는 물론, 이미지 같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요인들도 심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패널 조사 결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0대 PR업체 대표는 “애플은 1980~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연합군에 밀려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던 PC 시절부터 매킨토시를 바탕으로 매니아 시장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었다”면서 “매킨토시와 일체형 PC 맥, 아이팟까지 애플은 ‘매스 마켓(대중 시장)’ 대신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한 30대 회사원은 “애플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 소비자들이 끌리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 패널들은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제조 전략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각각의 부품과 운영체제(OS) 사이의 ‘최적화(Optimization)’에 힘을 기울이는 반면, 삼성은 제품 사양을 ‘극대화(Maximization)’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IT업체 대표는 “안드로이드로 작동되는 갤럭시는 윈도 PC를 사용하는 것처럼 갈수록 제품 속도가 느려진다”면서 “아이폰은 2년을 써도 제품 구동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가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갤럭시노트3와 아이폰5S를 함께 쓰는데, 갤럭시는 부팅이나 앱 실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버벅거린다”면서 “그래서 급히 문자나 사진을 보낼 땐 아이폰을 쓰게 된다”고 답했다.

사양·스펙이 제품 결정 요인 아니다

 삼성의 극대화 전략과 애플의 최적화 전략은 부품을 뜯어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답변도 나왔다. 예를 들어 갤럭시 노트4에는 일반 고화질(HD) 화면보다 약 4배 정도 선명한 쿼드HD(1440×2560) 디스플레이, 64비트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1600만 화소 카메라, 3기가바이트(GB) 램 등 최고 사양의 부품이 탑재돼 있다. 반면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는 아직까지도 1GB 램을 고수하고 있다.

 카메라 화소수(픽셀)도 아이폰 6는 갤럭시 노트4의 절반 정도인 800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순히 픽셀이 많다고 사진이 잘 찍힌다는 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한 40대 사진가는 “사진은 화소 수보다도 사진을 찍는 순간 손떨림의 정도나 빛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여부가 사진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은 ‘렌즈×센서크기×화소수×알고리즘’의 결과물”이라면서 “이미지 센서에 과도하게 많은 화소를 넣으면 오히려 사진의 질이 점점 떨어지는데, 스마트폰 마케터들은 화소 수 경쟁만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갤럭시를 계속 쓰고 있는 패널들은 노트 시리즈에 탑재돼 있는 펜 기능을 삼성 스마트폰의 최고 무기로 꼽았다. 40대 PR업체 상무는 “노트4로 필기를 하는데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면서 “특히 메모장에 한 필기를 사진으로 찍은 다음 그대로 S펜을 이용해 수정하거나 첨삭할 수 있는 기능이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한 20대 여대생은 “갤럭시노트의 펜 기능은 굳이 연습장 없이도 즉석에서 메모를 가능하게 해 강의 중에도 편리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이 2011년 10월 갤럭시S2부터 도입한 LTE 기술도 갤럭시의 ‘셀링 포인트’로 꼽혔다.

애플은 삼성과 달리 아이폰5S·5C에서야 LTE 기술을 도입했다. 50대 회계사는 “갤럭시는 아이폰이 이제서야 도입한 LTE 기술을 3년 전부터 도입했다”면서 “그만큼 모바일 환경에서 인터넷은 갤럭시가 더 빠르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아이폰을 쓰다가 갤럭시로 갈아탄 패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폰의 배터리 용량 문제도 제기했다.

 50대 회계사는 “외국 공항을 가보면 아이폰을 충전하기 위해 전기코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너무도 쉽게 볼수 있다”면서 “갤럭시는 착탈식 배터리에 추가 배터리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업무가 바쁜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아이폰보다 적합하다”고 말했다. 아이폰은 일체형 디자인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배터리도 한 개만 지급한다.

애플‘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주다

 생태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패널들은 아이폰과 태블릿 PC ‘아이패드’, 일체형 PC ‘맥(Mac)’까지 이어지는 애플 디바이스 간 연동성을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IT 전문지 기자는 “애플은 오피스에서는 아이폰, 집에서는 아이패드, 사진·동영상은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이러한 환경적 요소가 바로 애플만이 가진 ‘생태계’가 아닌가 싶다”고 답변했다.

 iOS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도 아이폰이 가진 장점으로 꼽혔다. 조삼에 참여한 이동통신사 차장은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못하는데, 집에 있는 아이들은 갤럭시를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이와 반대로 아이폰은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지만 너무나 자유자재로 쓴다”고 말했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앱 스토어도 애플 매니아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40대 외국계 IT업체 대표는 “애플이 삼성과 달리 혼자 힘으로 구축한 앱 스토어는 독자적인 생태계 그 자체”라고 답했다.

 40대 PR업체 상무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도 곧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 것으로 본다”며 “모바일 결제 분야는 삼성이 미리 개척한 분야로 알고 있는데, 지금 머뭇거리다간 또다시 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페이의 핵심기술인 근거리무선통신(NFC)이 아이폰6에서야 도입된 반면, 삼성은 2011년부터 갤럭시에 탑재했다. 이처럼 아이폰만 고집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컬덕(cult-duct)’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왔다. 컬덕은 문화(culture)와 상품(product)의 합성어로 ‘문화 융합상품’을 뜻한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나 스타벅스, 나이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계 IT업체 대표는 “애플은 단순한 스마트폰만 만든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화를 만들고 있다”면서 “20~30대 여성들이 다른 브랜드는 제외하고 오직 스타벅스 커피를 매일 아침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갤럭시의 ‘열린 생태계 전략’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적잖은 패널들이 iOS의 배타적인 성격과 달리 안드로이드 OS의 높은 호환성을 갤럭시 선호 이유로 꼽았다. 한 20대 여대생은 “안드로이드에서는 사용할 수 있으나 iOS에서는 호환이 안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많다”면서 “게임이나 지도 앱 같은 경우에는 아이폰에서는 쓸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인기 축구게임인 ‘피파온라인 3’은 iOS 버전이 따로 없다.

 한편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전작(3.5인치)들과 달리 가로·세로 길이를 늘린 덕분에 스마트폰 교체에 영향을 줬냐’는 질문에는 엇갈린 답변이 나왔다. 20대 여대생은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서 갤럭시로 옮겼지만, 아이폰이 5인치 대로 나오자 다시 아이폰을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대형 로펌에 근무 중인 변호사는“제품 크기와 아이폰의 인기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본다”면서 “아이폰5와 똑같은 크기로 출시됐더라도 살 사람은 다 샀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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