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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후 상은·한일은 무엇이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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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을 9월중에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부가 갖고있는 두 은행의 주식을 민간에게 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72년 7월에 상업은행을, 81년 7월에 한일은행을「민영화」한바 있다.
상업은행은 대주주가 정부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는 무역협회이기 때문에 약간 엉거주춤한 상태이고 한일은행은 민간기업인 대림산업·한일합섬이 대주주여서 명목적으론 완전 민간은행이다.
그러면 이 두「민영화」된 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어떻게 다른가.『지금 현재 달라졌다는 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달라지고는 있습니다.
민영화된 한일은행 안영모 행장의 말이다.
『이제 까진 민영화된 은행이 상업·한일 두 은행이었기 때문에 5개 시은 중 소수였지요. 앞으로 제일·서울신탁은이 불하되어 민영화은행이 다수가 되면 금융정책도 거기에 맞춰지지 않겠습니까.』
상업은행 주인기 행장의 진단이다.
정부보유주식이 민간에 매각됐다고는 하나 ▲임원에 대한 인사권 ▲보수 ▲주식배당률 ▲대출정책 등은 아직도 정부의 지도를 받고있다.
다만 작년 말 모든 시중은행의 예산편성이 자유화됐고 민영화된 은행이 경영기법에 있어 조심스러운 융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과도기적 상태다.
한일 은행은 작년 7월 민영화이후 무엇보다도 예금(수신) 실적이 월등히 좋아졌으며 그 내용 또한 알차게 향상됐다고 스스로 평가하고있다.
측 지난 5년간의 예금(수신)평균신장률은 28% 였는데 민영화 1년 동안에는 38%의 신장률을 보였으며, 예금도 저축예금을 중심으로 한 가계의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은행경영방식도 기업성(수익성)을 중시해 예금계수만 올리는 외형성장보다는 이익위주의 내실경영으로 바뀌었다는 것.
한일은행은 또 신종상품인 카네이션적금을 개발하는 한편 무려 4억 5천만 원의 돈을 들여 TV에 광고도 하고있다.
또 8천여 만원을 들여 산업경영연구소에 경영진단을 의뢰, 문체점올 찾고 개선했다.
이밖에도 은행 문턱 낮추기와 친절운동을 전개, 친절한 은행으로서의 새 이미지를 심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7월 연수부·관재부·국제업무부 등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불과 4개월 후인 11월에는 정부의 기구축소방침에 따라 종전보다 3부 8과를 폐지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한편 최근 한은이 은행대출금 기한제도를 철폐하는 등 여신관련 규정을 대폭 개편했는데 이중 중요한 몇 가지는 한일은행이 작년에 이미 건의한바 있다고.
상업은행의 경우 민영화된 72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지만「앞서가는 은행」으로서 그 동안 가장 많은 이익금을 내어 주식배당률도 다른 은행보다는 최소한 1% 정도 더 많이 줬다.
대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국내은행에서는 처음으로 서비스센터를 설치, 운영했고 또 예금은 모두 한 창구에서 취급하는 종합창구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의 건전화를 위해 포철주 등 무배당 또는 저울배당 유가증권 인수를 억제해왔다.
그러나 삼화를 비롯해 일신제강·공영토건 등 부실채권을 안게되고 말았다.
이밖에도 전산화에 많은 공을 들였고 한아름통장 등 고객위주의 새 상품 개발에도 힘써왔다. 또 분야별 전문가양성도 앞서왔다고 한다.
이들 두 은행의 공통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변화는 행원들이 민영화이후『이제는 우리 은행』이라는 주인의식을 느끼고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민영화전에는 정부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된다는 안이한 자세에서 민영화 후에는 이익을 내야한다는 책임감이 두터워 졌다는 것.
대주주와의 관계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인데 분명한 점은 대주주들이 아직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경우 주식인수와 더불어 대주주가 인사 등 경영권을 장악하나 시은의 경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태에 있다.
은행이 공익기관이라는 점과 오랫동안 정부에서 경영지도를 해왔다는 관행 때문에 대주주들은 영향력 행사를 삼가고 있는데 두 은행이 마저 민영화되면 어떤 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주주와의 관계에 대해 주인기 상업은행장은『구체적 거래내용이 아닌 일반적인 경영내용을 수시로 보고하며 대주주의 구체적인 의사표시는 없다』고 했다.
안영모 한일 은행장도『대주주의 간섭은 없다. 다만 일정한 기구는 없으나 의무적으로 보고와 상의를 하고있다』고 했다.
이들 두 은행장은『정부소유주식 매각 후 시어머니가 더 늘었다』는 세평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의 민영화시기가 정해지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은 노출을 꺼리고 있다.
이번 두 은행의 정부지분매각에는 자금출처를 묻지 않는 데다 한일은행이나 한미은행에 참여치 못한 업체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재계는 대우가 제일은행에, 현대가 서울신탁은행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삼성·럭키 등 큰 그룹들도 은밀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이번 두 은행의 민영화에 대비해 이미 뜻을 가진 기업들이 그 동안 상당량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1백억원 정도만 투자해 대주주가 되면 유형·무형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재벌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은 은행의 대주주가 됐다해도 직접적인 혜택은 적으나 장기적으로 보아 은행 소유대열에서 빠지면 치명적 핸디캡이 된다는 것이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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