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사스 사망률은 과대, 전염력은 과소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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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사스와 관련된 독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가장 흔한 질문은 사스의 사망률이다. 사스의 사망률은 4%에서 10%까지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스 감염자에게서 기침 등으로 튀어나온 침방울이 자신의 호흡기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4~10%의 확률로 죽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사스 사망률은 엑스선상 폐렴까지 동반된, 말 그대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증상이 나타난 사람 중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다. 언론이나 당국에서 주시하고 있는 사스 환자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사스가 독감보다 덜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독감의 사망률은 7~24%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폐렴까지 악화된 독감 환자 중 사망률이다. 폐렴까지 악화되지 않은 독감은 사망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사스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올 경우 폐렴까지 악화할 확률은 1% 정도다. 나머지 99%는 증상 없이 자신도 모르게 지나가거나 며칠간 기침과 고열 정도만 보였다가 낫는다.

결론적으로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죽을 확률은 많아야 0.1%란 얘기다. 1천명에게 사스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이로 인해 죽는 사람은 1명 정도다. 사스가 생각처럼 치명적인 병은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방심은 곤란하다. 사망률은 생각보다 낮지만 전염력은 의외로 강하기 때문이다. 폐렴으로 악화된 사스 환자 외에도 무증상이나 기침과 고열 등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사스 감염자도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천명당 1명 이하의 사망률이라 하더라도 감염자 숫자가 워낙 많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1백만명이 사스에 감염되면 1천명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사스가 창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에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스에 감염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스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격리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사스의 사망률은 과대 포장돼 있지만 전염력은 과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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