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해로 치닫는 아시아나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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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이 열흘을 넘고 있다. 노조는 속리산에 들어가 진을 치고 있고 회사 측은 업무 복귀 호소문을 발표한 채 손을 놓고 있다. '귀족노조'라는 눈총에 아랑곳없이 노조는 파업대오 유지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회사 측도 여론을 방패막이 삼아 마냥 버티는 형국이다. 노사는 향후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파업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번 파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은 305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화물기와 국내선에 이어 이제 국제노선까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반도체.휴대전화 등 항공수출화물의 수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약 승객들의 불편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11월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신생노조다.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 조건들을 내걸다 결국 첫 실력 행사가 장기 파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신생노조에서 유연한 협상전략이나 기민한 상황대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울 상황은 아니다. 파업을 유리하게 이끌려면 시간이 흐를수록 동조세력이 늘고 연대파업이 확산돼야 할 터인데 지금은 거꾸로 고립되어 가는 양상이다. 오죽하면 노조 스스로 산으로 들어갔겠는가.

회사 측이 요구한 정부의 긴급조정은 현재로선 마땅한 수단이 아니다. 긴급조정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와 93년 현대차 파업 때 단 두 차례 발동된 극약처방이다. 이제라도 노조와 자율적인 협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가 직권중재를 통해 개입할 수 있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도 남발할 일이 아니다.

노사 간의 자율적인 협상 타결이 유일한 길이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아시아나 노사 모두 패배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종인 항공사가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면 그 운명은 뻔하다. 더 이상 설 곳이 없게 되면 결국 공멸하게 마련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고객의 불편과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무모한 파업은 치유하기 힘든 자해행위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