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토지공개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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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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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새롭게 제기된 토지공개념 도입 논의가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과 분배중심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의 정의나 적용범위, 적용방법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 것은 물론 입장에 따라 커다란 편차를 보였다.

토지공개념에 반대하는 시장론자들은 아예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과거 도입했다가 위헌결정을 받았거나 사실상 시행이 중단된 토지공개념 관련법들을 부활하는 것은 또다시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실제 적용해도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보유세를 올리는 소극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땅값 안정 효과는 일시적인 데 그칠 뿐이고, 결국은 땅값에 전가되거나 다른 요인에 의해 땅값이 오른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토지소유구조가 불평등하거나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왔다.

토지공개념을 지지하는 토지정의시민연대 측은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을 제시했다. 토지소유의 집중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불로소득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확산하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토지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유상한을 두어 토지소유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보고, 대신 보유세의 강화를 통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토지시장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강화 일정을 앞당기되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은 과감하게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가장 적극적으로 엄격한 토지공개념 도입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이 위헌 시비가 있는 토지소유제한제도나 토지초과이득세의 재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개발이익환수제에 초점을 맞춘 것을 두고 토지공개념의 후퇴라고 비난했다.

민노당을 제외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장원리에 반하는 토지공개념 제도의 확대보다는 보유세 강화를 통한 이익 환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도 위헌 시비의 부담 때문에 소유제한이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신 보유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제를 도입한다는 기존 부동산 대책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