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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직장 스트레스에 위염·탈모·거식증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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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입사 3년 차 직장인 오모(28·여·서울 구로구)씨는 지난 8월 만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가 주요인”이라고 주의를 줬다. 오씨는 세 끼를 제대로 먹는 날이 거의 없다. 아침은 늘 거르고 저녁은 굶거나 폭식, 둘 중 하나일 때가 많다. 오씨는 “‘칼 퇴근’을 해도 집에 도착하면 오후 9시 가까이 된다”며 “너무 지쳐 뭘 먹고 싶은 생각보다는 눕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저녁 약속이 있거나 먹고 싶은 걸 먹는 날엔 폭식을 한다. 위염 진단을 받고도 결식 같은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아 늘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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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식,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으로 20대 여성들이 벌써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한창 팔팔할 나이에 이런저런 병을 앓고 있다. 본지가 서울과 5대 광역시 20대 여성 500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더니 208명(41.6%)이 올해 들어 질환을 앓았다고 답변했다. 208명 중 위염 환자가 38명(18.3%)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된다. 2008~2012년 20대 여성 위염 환자(인구 10만 명당)는 연평균 4.3% 늘었다. 성인 여성 중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환자 증가세가 다소 꺾이면서 증가율이 2.1%로 떨어졌다. 70, 80대에 이어 셋째로 높다. 30~60대는 감소했다.

  전한호 건보공단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여성 음주와 흡연이 늘고 취업준비·직장생활 등 사회 초년생의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20대 여성 위염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에 어려움이 많고 외모에 대한 평가도 많이 받기 때문에 다이어트 등으로 이어져 위염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자는 20대에 결혼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자는 주로 30대에 결혼하기 때문에 20대 결혼 스트레스가 덜하다. 또 여자는 남자보다 첫 직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남자는 군대에서 어느 정도 조직생활의 내성을 쌓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미혼 직장인 이영미(27·여·서울 구로구)씨는 최근 오른쪽 정수리와 뒤통수 등 3군데의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졌다. 원형 탈모였다. 담당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씨는 “과도한 업무량, 직장 상사와의 불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0대 여성 10만 명당 523명이 탈모로 진료를 받았다. 여성 중에선 20대가 가장 많다. 60대(285명)의 두 배 수준이다. 남성은 30대(759명)에서 가장 많다. 차움 이윤경 교수는 “다이어트가 탈모 원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단백질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 두피가 약해지고 머리카락의 케라틴 성분 부족으로 탈모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거식증은 70대 다음으로 20대 여성에서 가장 많다. 여대생 A씨(20)는 단체 미팅에서 “뚱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중과 여고를 다니며 모범생 소리를 들었던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굶기 시작했다. 점점 살이 빠지면서 스키니진도 멋스럽게 입었다. 이즈음 월경이 불규칙해졌다. 몸무게가 40㎏(키 1m60㎝)까지 내려갔다. 극심한 저체중이었다. 장기간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식이장애 치료를 받았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거식증·폭식증은 뇌의 기능 이상이나 주변 시선이 결합해 발생한다”며 “날씬한 걸 요구하는 사회적 영향으로 20대와 1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20대 여성 10만 명당 30명이 폭식증 환자였다. 30대(19명)의 1.6배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 기자 welfa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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