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월세이율 … 시중금리 +1%P가 바닥권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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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동 리센츠(85㎡) 아파트의 월세 시세는 2년 만에 보증금만 1억원이 올랐다. 2012년 9월엔 보증금 3억8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는데, 올해 9월엔 같은 월세에 보증금 4억8000만원이 됐다. 그래도 전셋값보단 덜 올랐다. 이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6억5000만원으로 2년 전(5억원)보다 30% 비싸졌다. 전셋값이 많이 뛴 만큼 월세의 상대적인 부담은 줄었다. 실제 이 아파트의 월세이율은 같은 기간 5%에서 3.5%로 낮아졌다. 월세이율은 세입자가 전세 대신 월세를 택했을 때, 보증금을 덜 내는 대신 납부해야 하는 월세액 비율을 뜻한다. 9월 리센츠에 월세로 들어간 사람은 보증금을 1억7000만원(6억5000만-4억8000만원) 덜 내는 대신 매달 50만원을 내기로 한 건데, 그 금액이 연간 이율로 따지면 약 3.5%란 얘기다. 외환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금리 3.7%)을 받아 전세를 사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더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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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센츠처럼 월세이율이 내려가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월세 자체가 싸진 건 아니지만, 전셋값이 급등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월세가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덜 드는 집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분당 야탑동의 장미마을현대아파트(42㎡)도 같은 기간 월세이율이 6%에서 4.4%로 내려갔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84㎡·3.8%)와 구의동 현대아파트2단지(85㎡·3.3%)에서는 이미 작년에 월세이율 3%대 매물이 나왔다. 지역 평균으로는 서울 송파구가 9월 기준 월세이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4.9%로 조사됐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1년 1월 이곳의 월세이율은 6.7%였다. 성남시 분당구도 7.5%에서 5.2%로 내려갔고, 7%대였던 서울 강북·광진구와 대구 달서구의 월세이율도 9월 5.3%로 집계됐다. 수도권 평균은 6%(2011년 8.1%)다.

 월셋집 공급이 늘어난 것도 월세이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느니, 월세를 받는게 더 남는 장사가 됐다. 실제 리센츠 집주인이 월세를 놓으면 연 3.5%(월세이율)의 수익을 얻지만, 전세보증금 1억7000만원을 더 받아 정기예금에 넣으면 잘해야 2~2.4% 정도 금리를 받는다.

 정부는 이 같은 월세이율 하락세가 지속돼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지난달 세입자 주거 안정 방안을 담은 10·30 대책을 설명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긍정적인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지켜본 뒤 추가 대책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기대만큼 하락세가 지속되지 않을 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감정원 관계자는 “임대업은 공실률과 월세 미납이라는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중 대출 금리보다는 최소 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월세이율 바닥권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산 집주인이 월세를 놓을 땐, 대출금리보다 더 높은 월세를 받아야 빚을 갚고 이익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10년 만기, 3.4~3.5%)보다 1%포인트 높은 4.4~4.5%가 월세이율 하한선이 될 거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이미 송파구(4.9%)는 거의 바닥까지 내려왔다.

 이 때문에 월셋집을 구할 땐 사전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대출이 설정되지 않은 집을 고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이율 3%대 집들은 담보대출이 있다면 시중에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매물”이라며 “대출을 끼고 있지 않은 집을 골라야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2~3.5%)의 월셋집을 구할 가능성이 올라가고, 세입자가 좀 더 유리한 지위에서 계약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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