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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병 간염…"청결" 지키면 안 걸린다|법정전염병지정 앞두고 김정용 박사에 들어본 예방과 치료의 첩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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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간염에 대한 국민이나 정부의 관심이 부쩍 고조되고 있다. 망국병 이니 국민병 또는 후진국병 이라고 불리는 간염은 우리 나라의 경우 선진국의 수십 배가되는 전국민의 6·14%가 간염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높은 감염률은 바로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이제 더이상 「강 건너 불」로만 보고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에서는 간염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법의 재정을 서두른다는 소식이고, 모 대한의학협회 등 민간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계몽활동을 벌일 채비를 하는 둥 전에 볼 수 없던 간염퇴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그러면 간염은 도대체 어떠한 것이기에 이토록 우리 나라에 많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간염의 알파에서부터 오메가까지를 알아보기 위해 간염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정룡 교수(47·소화기내과학) 를 연구실로 찾아보았다.
- 간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이며 간에 나타나는 질병에는 어딘 것이 있습니까.
▲김 박사= 간은 복부의 오른쪽 상부에 늑골로 덮여있어 밖에서는 거의 만져지지 않습니다만 인체의 기관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는 인체내의 화학공장으로 비유되는 기관이지요.
우선 인체의 신진대사결과 생성된 폐기물 속의 질소화합물을 해독하고 배설하기 쉽도록 해주고, 둘째는 인체 내로 흡수된 각종 영양소의 대사에 관여하여 인체구성에 필요한 영양소를 가공하거나 에너지원으로 변질시킵니다. 셋째 각종 영양소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조직에 필요할 때 공급해주며, 넷째 외부로부터 침입한 각종 세균이나 독소, 그리고 약물이나 알콜 등을 해독하여 체외로 배출시킵니다. 이밖에 호르몬분비나 혈액응고작용에도 간여하는 참으로 중요한 기관이지요.
- 그 중에서도 간염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과로가 최대의 적>
▲김=간염은 원인바이러스에 의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일종의 전신질환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간세포가 죽어가면서 군살이 박히고 여러가지증강이 나타나지요. 간염에도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역시 A형·B형, 그리고 A형도 B형도 아닌 NANB 등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A형은 20세만 되면 1백%항체를 보유하고 한번 걸리면 일생 면역이 되는 일종의 소아질환으로서 그렇게 문제가 안됩니다만 문제는 B형 간염에 있습니다. 바이러스보유자가주위에 얼마든지 깔려있고 일생면역이 안돼 서너 번씩 걸리기도 하며 잘못해서 간경변 이나 간암으로 이행해 목숨을 잃는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아직 이렇다할 만한 특효약도 없고 보니 우리 나라 전체 간염의 90%이상이나 되는 B형이 관심의 대상이 안될 수가 없지요.
급성간염을 앓은 후 채 완쾌가 되기도 전에 과로하거나 필요 없는 약물을 지나치게 복용하게되면 10∼20%정도가 만성간염으로, 만성간염의 40%정도가 간경변 증으로, 다시 이중 25%정도가 간암으로 이행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아직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개인차와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제 탓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일단 바이러스 간염에 감염되면 일정한 잠복기를 지나서 피로감이 오고 식욕이 없어지며 구역질이 나고 황달이 오는 수가 있지요. 감기+소화불량+황달, 이것이 급성간염의 주 증세라고 하겠습니다. 치료를 하면 대개는 두 달 전 후에 완치가 됩니다.
대게 전쟁이 일어나면 그 지역 또는 국가에 간염이 많아지는데 우리 나라가 구미에 비해 유달리 많은 것은 개인위생관념이 부족하고 한 그릇의 음식을 여러 사람이 떠먹는 식생활습관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릇된 생활풍속을 하루빨리 고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되면 감염률이 부쩍 높아지기 시작하여 40대가 넘어서면 감소경향을 보이는데 여자보다 남자가 높은 것은 사회활동에 따른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접촉기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
- HB 표면항원이란 무엇입니까.
▲김=한마디로 단백질로 된 B형 간염바이러스입자의 껍질이지요. 만약 혈액 안에 HB 표면항원이 양성이라고 하면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보유자이지요.

<태아 감염 률 백%>
그러나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발병되는 것은 아니고 몸이 쇠약해졌거나 과로하거나 과음하게되면 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결핵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결핵에 걸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흔히 간의 염증유무를 판단하는데 SGOT, SGPT 검사를 하는데 이 숫자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 수치는 병원이나 기계에 따라 기준이 다릅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기계에 따라 정상치 를 16으로 잡는 수가 있고 40으로 잡는 수도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수치와 병의 경중과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간염에 있어서 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동시에 황달지수가 높을 경우는 상관관계가 높지요.
- 간염은 어떻게 전파됩니까.
▲김=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을 수혈 받을 경우는 물론, 불결한 주사바늘이나 침·치과용 기구·면도기·문신바늘·칫솔·타월·입맞춤이나 성행위 때 등 감염기회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보유한 임산부의 경우 특히 주의를 요합니다. 물론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만 출생 후 거의 1백% 자신의 자녀에게 감염시키게되지요.
-그러면 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 간염은 경구·경주 감염되므로 앞서 말한 그런 보유자의 혈액이나 분비물과 접촉을 안 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바쁜 세상에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모든 사람이 노이로제에 걸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바이러스보유자 스스로가 남에게 감염시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강조하고싶은 것은 약수터나 공동수도의 컵이나 바가지, 돈을 셀 때 침을 묻히는 것 등이 위험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예방법으로는 백신 을 접종하는 거지요. 미국의 MS&D두와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극히 최근에 간염백신을 생산하고 있지요. 우리 나라에서도 모 제약회사에서 표면항원이 양성인 사람의 혈장을 사용해 제조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 치료약은 없습니까. 그리고 간염에 걸린 사람이 조심할 일은.
▲김= 현재 특효약은 없습니다만 미국과 독일에서 바이러스를 죽이는 아데닌아라비노사이드 라는 제제 를 사용한 주사 제와 정제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간염환자의 치료는 우선 절대적 안정입니다.
한때는 고단백 식을 해야한다고 했으나 이것은 근거가 없으나 오히려 고단백·고열량 평형 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남보다 고기 한첨 더 먹는 거지요. 그리고 설사만 않는다면 닭고기·돼지고기도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술은 끊어야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술 무조건 끊어야>
- 주위의 간염환자들을 보면 개소주나 편자 환과 같은 민간요법을 이것저것 마구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괜찮은 것인 지요.
▲김= 한마디로 큰일 납니다.이들 약제에는 식물성 알칼로이드나 광물질 같은 간에 나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간염환자에게 절대로 권할 수는 없습니다.
- 간염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김=당연히 지정되어야지요. 법정전염병이 되면 자신이 진단한 환자는 의무적으로 보고하게되므로 간염의 발생현황과 양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백신과 치료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 김 박사님의 간염 연구결과를 정리해 주시고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주십시오.
▲김=제가 간염에 처음 관심을 갖게된 것은 67년 하버드대학 시절이었지요. 간염으로 유명한「블럼버그」박사가 오스트레일리아 항원 (지금의 HB표면항원) 을 발견한 2년후 였지요.그때 주임교수가 한국인에게 간염이 많으니 손대보라는 권유에 그때부터 간염과 인연을 맺게되었습니다.
「콜럼버그」박사와의 공동연구인『한국에서의 간염B바이러스와 원 발성 간암과의 관계』 를 곧 국제 암 연구회지에 발표할 애정입니다 (주=김 박사는 간염바이러스입자를 최초로 정제해 오늘날 백신제조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B형 간염이 우리 나라 간염의 주종이라는 점, 간암과의 관계 등 많은 연구업적을 남긴바 있다) .
-장시간 대단히 감사합니다. <신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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