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땀흘리는 농민도 있다…좀 조용히 즐겼으면|행선지·씀씀이 등 자신의 분수에 맞도록|모래사장서 휴지 줍던 피서객 잊을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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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철도인은 여객들의 옷차림새로써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여객의 모습으로 그 열차가 부산행인지, 광주행인지, 장항행인지 행선지를 거의 정확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바꾸어 말하면 이젠 유행이나 생활수준이 전국적으로 거의 평준화되었다는 증거다.
작은 꼬마·엄마·아빠·할아버지 등 한가족이 체격에 알맞는 배낭들을 나누어 메고 열차에서 내리는 손님을 보면 괜히 흥겨워지고 가슴 설레며 우리들은 이들의 좌석지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캉스족들도 가급적이면 전 가족이 동반하고 학생들은 반듯이 보호자(책임자)가 동반하여 무계획, 무절제로 인한 사고와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고 분수에 맞게 행선지를 정하고 자금계획을 세우며 평소 연락한번 않던 먼 친척이나 친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바캉스를 즐기길 바란다.
손길신<40·충남 보령군 웅천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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