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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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증없는 자백은 오래 못간다는 것 입증
『사필귀정이라는 평범한 어휘가 오늘처럼 가슴에 와 닿은 적은 없습니다.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감사할 뿐입니다』
검찰의 화려한 역전 드라머를 무색케 한 변호인단의 한사람인 변갑규변호사(43)는 『증거없는 자백이 생명이 짧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판결』이었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개월동안 다른 사건은 거의 취급하지 못했습니다. 변호사 수임을 수탁하고 지난 1월27일 구치소에서 정피고인을 처음 만난 후 무죄라는 확신을 가졌었지요』
변변호사는 이번 정피고인 기소의 성격을 검찰의 선입관과 치밀한 추리, 피고인의 무력한 자기방어가 교묘하게 배합돼 탄생된 「결과적소산」이라며 변호인단은 그동안 검찰의 선입관 파괴에 주력했었다고 말했다.
변 변호사는 나정욱(41)·윤태방(41)도 변호인과 함께 그동안 40여차례에 걸쳐 성동구 치소로 정피고인을 면회, 정피고인의 기억을 토대로 검찰 수사상황과 자백내용을 파악, 법정공방에 임했었다고 밝혔다.
현장조사만 6차례 실시했다.
『검찰이 완벽한 자백을 얻은 후 충분한 검토를 거쳐 기소했다는 세간의 평은 전적으로 허구였습니다. 검찰은 O형 혈흔이 발견되자 정피고인을 진범으로 성급히 단정, 철야수사로 자백을 받아낸 다음 신빙성과 합리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채 기소했더군요. 성급한 기소가 많은 헛점을 남긴 원인이 된 셈이지요.』
변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과정을 이렇게 분석했다.
『검찰의 충격이 예상대로 큰것 같더군요. 검찰수사의 개가로 평가되었던 사건인만큼 허무한 결과에서 오는 충격은 그만큼 큰법이지요』
63년 사시 1회 출신인 변변호사와 나정욱(사시12회·70년) 윤태방(사시2회·63년) 두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 나·윤 변호사는 검찰쪽 사령탑인 강원일 검사와 대학 동기 동창이다.
변·윤변호사는 79년 서울지검 검사에서, 나변호사는 같은해 서울형사지법 판사에서 변호사로 개업, 3명이 합동 법률사무소를 열어 그동안 「윤미나간통사건」「 순천향병원 오염혈액주입사건」등을 맡았다.
『진실을 밝혔을 뿐입니다. 변호사의 업무는 철저한 객관성과 합리성이 동원될 때 결실을 맺는 것 같습니다』며 변변호사는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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