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장 「헨리·무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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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각을 위한 9개의 아이디어」(80년 작·드로잉, 35·3×25·2㎝)
모든 조각가가 다 그렇지만 작품 제작에 있어서 아이디어의 발생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과정이 있는 것이다.
어느 미술가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시간이 길고, 일단 발상이 결정지어지면 제작의 속도가 빠른 사람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는 시간은 짧아도 제작 시간이 긴 사람도 있다.
이리한 제작 태도는 작가의 기질과 체질에 따라 다른 것이다.
조각가 「헨리·무어」는 발상의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는 작업실에서 그가 관찰한 대상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갖고 우선 여기에서 보는 것과 같은 평면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샘솟듯이 끓어오르는 천재의 아이디어를 그는 하나라도 놓쳐 버릴까봐 일일이 종이 위에다 메모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사실상 작품의 제 1단계이지만 여기에서 영감적으로 이루어지는 발상이야말로 천재의 예측할 수 없는 힘을 빌어서 작품의 전체적인 윤곽이 결정된다.
유기적인 생명체와 독특한 기능적인 형태, 그런 것은 조각가로서의 「헨리·무어」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조형에 대한 철저한 추궁의 결과일 것이다.
이 드로잉에서 보는 것과 같은 흐름은 내재하고 있는 인간성을 하나하나 찾아내려는 그의 태도가 엿보인다.
따라서 조각가 「헨리·무어」에게 있어서는 완성된 작품도 중요할 뿐 아니라 그의 천재성의 비밀을 알아 볼 수 있는 이와 같은 드로잉의 위치가 그의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경성<국립현대미술관장·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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