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참사로 숨진 딸의 후배 위해 써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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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사고 때 사망한 여교사의 부모가 보상금 전액을 딸의 47모교에 장학금으로 내놨다.

괌에서 딸 고정희(당시 27세)씨를 잃은 고학규(67.서울 강남구 청담동)씨 부부는 지난 3일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를 찾아 "딸의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보상금으로 받은 2억원을 기탁했다.

高씨 부부는 처음엔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학교 측에 당부했으며 이 뜻에 따르느라 학교 측은 공식 장학금 전달식을 열지 못했다.

대신 간단한 절차를 거쳐 장학금을 건넨 高씨 부부는 이날 딸이 다녔던 교정 곳곳을 둘러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이 다녔던 길을 그대로 밟아 보고 싶어 승용차를 두고 일부러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는 이들은 "학교를 돌아보니 아이 생각이 더 간절하다. 선생님이 됐다며 그렇게 좋아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고교 시절부터 지리과목을 유난히 좋아했던 정희씨는 이 대학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비봉종합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미국으로 연수를 가던 중 변을 당했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했다는 高씨는 "2년여 전 보상금을 받았지만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 딸의 후배들을 돕기로 결정했다"며 "나의 결정을 하늘에 있는 딸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측은 "조만간 장학금의 이름을 짓고 다음 학기부터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경산=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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