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한-일 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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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가 일본과 60억 달러의 경협 문제를 논의한지도 벌써 1년2개월이 되었다. 그 동안 두 나라는 경협의 명분과 규모와 조건을 놓고 협상을 하면서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긴 끝에 일본은 지난4월 「야나기야」안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한국은 6윌22일 이범석 외무장관이 우리측의 새로운 구상을 일본측에 전달했다.
한일 두 나라는 이와 같이 서로가 지금 단계로는 「최종적인 것」이기를 바라는 타협안을 내놓은 셈이 되기 때문에 오는 5, 6일 이틀동안 동경에서 열리는 한-일 외상회담은 경협 문제타결에 중대한 계기가 될는지도 모른다. 두 나라 외상들은 이 회담에서 우선은 이 장관의 새 구상과 「야나기야」안을 넣고 그 동안 막혔던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것이다.「야나기야」안은 ODA(정부의 개발협력 차관) 15억 달러와 JEXIM (수출입은행)차관 25억 달러를 합친 40억 달러로 되어있다. 이것은 액수만을 가지고도 한국이 당초에 요청한 60억 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고 내용에 가서는 ODA가 15억 달러로 60억 달러의 25%에 불과한 것이다.
ODA는 연리 4%에 7년 거치, 18년 상환이라는 좋은 조건인데 반하여 JEXIM차관은 연리 9·25%, 2∼4년 거치, 5∼15년 상환의 단기 고리다. 뿐만 아니라 JEXIM 차관으로는 일본의 물자만을 사야한다는 요지부동한 조건이 불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일부 관리들이 말한 것처럼 「야나기야」안이 최종적인 것이라면 이상 더 협상은 필요 없는 일이다. 한국의 현실적인 요구나 국가적인 체면을 봐서도 그런 경협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야나기야」안이 일본의 최종안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경협 타결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외무장관이 바뀌는 것을 계기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여 협상재개의 길을 튼 것이다.
이번에 예정에 없던 외상회담이 실현된 것은 우리의 인내의 결과라고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일본이 방미중인 이 외무의 방일을 요청한 것도「야나기야」안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하나의 안」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에는 언제나 상대가 있다. 그리고 협상이라는 것은 쌍방이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최대한 공동의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런 정신에서 우리가 제시한 구상은 ODA 60억 달러라는 당초의 입장에서 한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경협의 명분에서 「안보」만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입장에 있다.
한국이 이와 같이 경협 안보를 위해서 최대한의 양보를 하고 성의를 보인데 반하여 일본은 장 여인사건이 일어나자 한국의 정세를 관망하겠다,「야나기야」안이 최종적인 것이니 한국의 새 구상은 검토의 여지가 없다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려나 경협에 관한 협상이 지금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본이 취한 태도를 놓고 시비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번 외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경협에 돌파구를 찾아「사꾸라우찌 일본외상의 방한과 한일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되고, 수뇌들이 만난 자리에서 경협에 관한 최종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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