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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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한킴벌리 문국현(56.사진) 사장은 윤리.투명 경영 덕분에 노조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그 같은 '사회적 자본' 에 힘입어 '유한킴벌리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21일 말했다.

한국표준협회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하계 최고경영자(CEO) 경영전략 특별세미나에서 '미래의 기업과 CEO 역할'이란 주제의 강연에서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과 다국적 회사인 킴벌리 클라크가 합작해 1970년 세운 생활위생용품 전문회사로 기저귀.생리대.화장지 등을 만든다. 70년대에는 시장을 주도했으나 위생용품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위기를 겪었다. 여성용품 시장 점유율이 95년에는 18%까지 떨어져 이 사업을 접어야 할 단계까지 몰렸다. 95년 소방수로 나선 문 사장은 "회사는 지분을 팔려고 했었고 직원들은 불난 집에서 서로 빠져나가려고 아우성을 쳤으며, 공장에서는 노조의 꽹과리 소리가 떠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가장 먼저 ▶투명.윤리 경영▶환경 경영▶4조 교대 근무를 통한 직장내 평생학습 등 3가지 개혁 프로그램을 내세워 회사분위기를 다잡아 나갔다.

판공비를 없애고 술.골프.선물 접대를 금지했다. 그랬더니 대형 유통 매장에서 쫓겨나고 매출은 떨어졌다. 영업사원들은 신임 사장이 회사를 망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문 사장은 직접 물건을 들고 약국과 독립 수퍼를 돌아다녔다.저인망 마케팅 작전을 편 것이다. 판매 저변이 튼튼해졌다. 결국 대형 유통업체들도 돌아왔다.

문 사장은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60년대 군사정권 아래서 집요한 세무조사를 견딘 것도 윤리 경영이 보여준 힘"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에게는 모든 것을 공개했다. 자료 10개를 요구하면 100개를 안겨줬다. 내부의 불신이 사라지고 신뢰가 싹텄다. 문 사장은 "이제 노조가 경영 자료를 보자고도 안한다"고 말했다.

나흘 일하고 나흘 쉬는 4조 2교대 근무도 정착시켰다. 개혁은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여성용품 시장점유율은 61%로 다국적 회사인 P&G(25%)를 압도했다. 다른 7개 사업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유한킴벌리는 중국.일본.홍콩 등지의 킴벌리 클라크 사업을 총괄하는 지위에 올랐다.

문 사장은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는 이제 최고환경(Environment)책임자, 최고윤리(Ethics)책임자, 최고학습(Education)책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는 우리가 어떤 꿈을 꾸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민에, 직원에 꿈을 주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경영자들에게 당부했다.

제주=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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