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간세포 이용한 바이오 인공간 치료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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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돼지 간 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인공간 시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권준혁·김종만 교수팀은 지난 10월 13일 B형 간염에 의한 급성 간부전으로 4등급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진 54세 남성 환자에게 바이오 인공간 치료를 시행해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바이오 인공간은 돼지의 간세포를 이용해 환자의 혈액에 축적된 독성 물질들을 제거하고 환자의 간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 환자는 간부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24~48시간 내에 간이식을 받지 못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컸다. 하지만 가족 중에 간 조직이 맞지 않아 이식을 받을 수 없었다. 뇌사자 간 이식 신청을 해놓았지만 언제 이식을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때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이 바이오 인공간 시술이었다. 돼지 간 세포를 배양한 후 이를 간세포반응기에 미세 캡슐 형태로 넣어 일시적으로 간 기능을 해주는 것이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이 혈액 투석기로 신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환자는 다행히 뇌사자 간 이식이 3일만에 결정됐다. 현재는 수술을 받고 무사히 퇴원해 건강한 상태다.

첫 바이오 간이식 시술의 성공은 앞으로 급성 간부전 환자들의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교수는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장기기증자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기약 없이 간이식을 기다리는 급성 간부전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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