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과잉 사회 … 가구당 14개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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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에서 사는 주부 박선희(32)씨 가정은 세 식구가 가입한 보험이 10개나 된다. 박씨만 해도 결혼 전부터 어머니가 부어주신 보장성 보험과 본인이 가입한 의료실손보험이 있는데 최근엔 지인의 부탁으로 암보험까지 가입했다. 여기에 남편이 가입한 실손보험에 다섯살 된 딸 명의로 된 어린이 보험, 자동차보험이 추가된다. 저축성 보험인 변액유니버설보험과 연금보험도 가입돼있다. 박씨는 “의료비와 노후 대비를 생각하다 보니 보험 가짓 수가 늘었다”며 “주로 주변 권유로 가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이 의료비 부담을 낮추지 못하고(2012년 기준 보장률 62.5%) 저금리로 저축성 보험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보험 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 ‘보험 과잉 사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 1인당 보험 가입건수는 3.59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보험계약 건수(1억8000여 건)를 인구(약 5000만 명)로 나눈 수치다. 2010년엔 3.08건이었다. 필수보험처럼 여겨지는 의료비 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도 추가로 2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보험 가입건수는 평균 14건을 넘는다. 이러한 경향은 보험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설문 조사에도 나타난다. 전체 가구의 97.5%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중 하나에 가입했다. 지난해보다 1.4%포인트 늘었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암보험·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이 많지만 최근에는 저축성보험 가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보험료(약 170조원)의 절반 가량이 저축성보험에 들어갔다. 최근 우리은행이 금융자산 10억원이상인 고객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에 투자하는 비중이 2010년에는 12.71%에서 지난해 27.91%, 올 9월 기준 28.81%로 급성장했다. 3%대 최저이율을 보장하면서 사망·건강 보장 기능까지 추가돼있고, 절세 혜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장 평균 수익률에 못미치는 저수익 상품들도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은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기에 필요 이상으로 중복해서 가입할 필요가 없다"며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세제 혜택이 있고 사업비나 수수료를 많이 떼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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