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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도 10%이상이 컴퓨터 설치키보드만 누르면 원하는 해답이 척척|컴퓨터 선생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사람들은 컴퓨터시대에 살고 있다. 가정에 설치된 컴퓨터 터미널과 개인용 마이크로 컴퓨터에서 쏟아지는 각종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미국인의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각급 학교에는「컴퓨터 선생님」이 등장하여 바야흐로 교육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어린이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 컴퓨터선생님에게 묻고 배우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컴퓨터선생님은 교실의 모습을 바꿔놓았으며 학생들의 의식에도 큰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이들이 극히 단순화된 컴퓨터 조작에 더 빨리 익숙해짐으로써 선생님들의 전통적인 권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숨쉬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이미 인푸트(입력)된 『깡통지식』을 아우트푸트(출력)시키는데 만 익숙해진 나머지 암기력, 발표력, 창의력, 그리고 입체적인 사고능력이 퇴보되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82년 상반기 현재 미국전역의 공, 사립초등 학교 10만 개교 가운데 컴퓨터교실을 설치하고 있는 학교는 1만5천 개 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컴퓨터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선생님노릇을 대행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 맨해턴에 있는 제166공립 초등학교의 컴퓨터교실을 들여다보자.
교과서와 칠판 또는 공작대 같은 재래식 교실에서 볼 수 있는 학습자료와 도구는 전혀 없었다. 대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회사가 개발한 학습용 마이크로 컴퓨터 40대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마침 3학년 어린이들의 지리 시간이었는데「비비언·캘리시」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웃나라의 수도 이름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있었다.
8세 짜리 「캐린·긴즈버그」양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TV화면에 나타나는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즈버그」양은 영국의 수도가 어디인지 알아내기 위해 먼저 키보드에서 ENGLAND를 차례로 한자씩 치고, 다음 지시에 따라CAPITAL(수도)를 쳤다. 조금 뒤 화면에는 LONDON이란 글자가 나타나고, 이어서 런던의 위치, 크기, 인구, 기후 같은 정보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긴즈버그」양이 컴퓨터선생님이 가르쳐준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머리 속에 기억하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잊어버리면 컴퓨터선생님에게 다시 물어보면 될 테니까. 그러나 이 수준의 지리공부는 그전 같으면 초등학교 7학년(한국의 중학1년)에서 배우던 내용이다. 컴퓨터선생님이 등장함으로써 어린이들의 학습진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교과과정을 만드는 것이 큰 문제라고 「캘리시」선생님은 설명했다.
1940년대에 TV시대가 개막된 뒤 TV가 어린이의 정서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히 검토하게 된 것은 20년이 더 지나서였다. TV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컴퓨터가 미국인의 생활 속에 들어온 지금, 과거처럼 어린이교육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교육계의 의견이다.
컴퓨터학습은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해결에 단계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과 사고력을 길러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등생과 열등생을 평준화시키고 때로는 서로를 바꿔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축적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빼내는 과정을 빨리 익히는 학생이 컴퓨터교실에서는 우등생이 된다. 영어 읽기 과점에서 동급생 평균치보다 1년 이상 뒤진 14세 짜리 중학생이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혼자서 75가지 프로그램을 만든 예도 보고되고있다.
학습용 컴퓨터 언어「로고」(Logo)를 개발한 것은 MIT공대 인공두뇌연구소(AIR)의 「세이 무어, 패퍼트」교수 팀이다. 이「로고」를 응용하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회사와 애플 마이크로 컴퓨터회사가 학습용 컴퓨터를 생산, 보급하고 있다.
컴퓨터학습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컴퓨터가 학생들의 기계적 사고방식을 체계적 접근방식으로 전환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추정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고급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우수한 소수가 평범한 다수를 이끌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패퍼트」교수는 컴퓨터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어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삼아야지 문제해결의 도구로 기대하다가는 인간이 컴퓨터의 지배하에 놓이게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람이 문자를 고안하여 쓸 수 있게된 것은 인류문명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일찍이「소크라테스」는 인간이 글자를 쓸 수 있게 됨으로써 천부적인 말하는 능력과 암기력은 퇴보하게됐다고 지적한바 있다.
많은 교육자들 사이에는 컴퓨터 선생님이 등장함으로써 학생들의 발표력과 암기력뿐만 아니라 작문력 도 저해될지 모른다는「소크라테스」적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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