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임하는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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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과 일본은 세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이자 운명 공동체입니다. 지금 양국은 서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2년6개월의 근무를 마치고 20일 귀임하는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사진) 주한 일본대사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독일 주재 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무현 정부 전반기 한.일 관계의 중심에 있었다. 이 기간 중 한.일 관계는 부침이 심했다. 지난해까지는 한류의 영향 등으로 매우 좋았다. 그러나 올 들어 독도와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다카노 대사는 2월 서울 외신기자 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는 일본 영토"라고 말해 한국 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당시 발언 배경에 대해 "사실은 '양국 관계에는 이런저런 곤란한 문제가 있지만 전체 문제에 영향을 미치거나 장애물이 되어선 안 된다. 양국 관계는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라며 "그런 기분은 지금도 같다"고 강조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본도 식민지 문제 등으로 한국민에게 많은 손해를 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이 솔직하고 냉정하게 의견을 교환해 잘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근무였던 그는 "매번 한국의 다이내믹한 발전과 도전 정신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한층 치열해진 국제경쟁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며 "어떻게 협력해 헤쳐갈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 주 열리는 6자회담에 대해선 "한국이 '중대 제안'(전력 지원)까지 하면서 회담 재개 노력을 한 점을 일본 정부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핵과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된 후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일본의 기본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일본은 한국.미국과 협력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는 "핵 폐기를 위해선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을 강타한 한류 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문화교류의 힘이 매우 큰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광주.대전.광양.경주.완도.공주 등 여러 산업.문화 현장을 방문하면서 양국 문화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존경하는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귄 것도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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