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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18)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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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편집국 모습. 각 언론사는 편집국장(보도국장)과 각 부서장 등이 하루에도 몇번씩 회의를 하며 신문 지면에 실리거나 뉴스에 내보낼 아이템을 고르고 지면 구성(순서)을 결정한다. 사진=김상선 기자

기자. 사회 구성원이 꼭 알아야 하거나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취재해서 기사로 쓰고, 이를 종이신문이나 방송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직업을 말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기자라고 하면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떠올렸지만 이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만 기사를 공급하는 인터넷 기자도 생겨났다. 블로그 등을 활용한 1인 미디어도 적지 않다. 또 기존 신문·방송 역시 이제는 생산한 콘텐트를 전통적인 올드미디어뿐 아니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 가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중의 뉴스 소비 패턴이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자의 업무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자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 짚어봤다.

변치않는 핵심 역량, 취재

대중의 달라진 뉴스 소비패턴과 무관하게 기자의 핵심 업무는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다. 취재해서 이를 전달하는 역할 말이다. 신문기자든 방송기자든 인터넷기자든 매체에 상관없이 기자는 모두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를 내보낸다는 얘기다. 과거엔 일반 대중의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았기에 오로지 기자만이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SNS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져 나간다. 정보 범람 시대에 기자 무용론마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시대일수록 제대로 훈련받은 기자가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잘못된 정보의 유통이 야기하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 즉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 집단이 그러하듯 기자 직군 역시 좋은 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혹독하게 훈련 받는다. 수습기자 제도가 그중 하나다. 작은 지방 미디어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으며 더 큰 물로 나아가는 미국 등 서구 미디어업계와 달리 한국은 각 언론사가 필요로 하는 인원을 매년 신입 공채시험을 통해 뽑는다. (※한국 언론사도 최근 경력 기자 채용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KBS 등 국내 최고 언론사 기자로 막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식 기자로 발령받기 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의 수습 기간을 거치며 기자의 핵심 역량, 즉 취재와 글쓰기 훈련을 한다.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사건·사고를 주로 취재하는 경찰 기자로 수습 기간을 보낸다.

 장세정 중앙일보 사회1부 차장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팩트’를 엄밀히 취재할 수 있으려면 현장을 열심히 돌며 취재하는 훈련을 해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취재 경험은 물론 자연스레 해당 분야 취재원(전문가)과의 인맥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기자가 속한 사회부를 포함해 정치부·경제부·문화부 등 취재원 성격에 따라 나뉜 여러 부서 기자 모두 마찬가지다.

 취재한 내용은 정해진 마감시간 안에 정확한 분량에 맞춰 기사로 써야 한다. 이렇게 기사를 작성했다고 곧바로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건 아니다. 그 전에 각 부서의 부장(데스크)으로부터 취재 내용이 부실하지 않은지, 또 기사가 취재 내용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등 기사 데스킹(수정·첨삭)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기사를 출고한 후에도 편집과 편집회의 등을 통해 여러 번 검증받는다. 만약 뉴스 소비자에게 제공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아예 기사를 내보내지 않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이 SNS를 떠도는 정보, 혹은 신뢰를 담보하지 않는 일부 인터넷 매체와 다른 점이다. 기자 개인의 이름은 물론 해당 언론사의 브랜드를 걸고 걸러낸 정보만 전달한다는 얘기다.

 방송기자는 여기에 한가지 과정이 더 추가된다. 바로 영상이다. 신문은 기사를 뒷받침할 사진이나 그래픽 자료만 있으면 되지만 방송은 현장을 담은 영상이 없으면 뉴스에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기자가 취재현장에 카메라기자와 한팀으로 움직이는 건 이 때문이다. 이렇게 취재한 영상 자료는 제한된 뉴스시간에 맞게 편집해야 한다. 만약 편집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만큼 긴박한 상황이라면 방송국 뉴스 스튜디오에서 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리포트한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현재 JTBC 주말 뉴스 앵커인 전진배 사회2부장은 “신문기자에겐 깊이와 분석력을 요구하는 데 반해 방송기자는 현장을 잘 묘사할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하고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픽을 가공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영상 전반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 PD처럼 편집·제작하는 감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론 열악한 취재환경 속에서도 타사 기자와 치열하게 취재경쟁을 벌인다. 방송기자는 라이브로 취재원과 인터뷰를 할 때도 많다.

매일 평가받는 무한경쟁

미디어 환경이 달라진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이 점점 복잡해지며 모든 사안에 대한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한국 언론엔 아직 영역별 칸막이라고 할 수 있는 출입처 제도가 남아있다. 출입할 수 있는 매체로 공식 등록해야만 자유롭게 출입하며 취재할 수 있는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 심지어 문화예술계도 출입기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긴 호흡의 탐사취재를 하거나 특정 출입처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기획기사를 주로 쓰는 부서의 기자는 출입처없이 취재한다. 출입처가 있든 없든 중요한 건 기자는 매일매일 자기 이름을 건 기사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다.

 고성표 중앙일보 경찰팀장(시경 캡)은 “기자는 투입한 시간이 아니라 기사라는 결과물로 뉴스 소비자로부터 평가받는 직업”이라며 “같은 출입처에서 동일한 주제로 기사를 쓸 때 경쟁지와 비교, 평가받는 것은 물론 경쟁 언론사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특종이나 기획기사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매체가 많지 않고 지금처럼 SNS가 발달하지 않던 시절에는 다른 언론사보다 한발 앞서 각종 사건사고 정보를 전달하는 걸 대단한 특종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한 언론이 한발 빨리 어떤 기사를 쓴다 해도 금세 확인 가능한 내용이면 곧바로 수십, 수백 개의 언론이 베껴쓰기 때문에 어차피 알려질 단순한 정보를 빨리 쓰기만 하는 특종보다 심층취재를 통한 기획 특종이 더 인정받는다.

 매일 승부가 확연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기자는 하루에 딱 정해진 업무가 있는 게 아니라 일이 무한대로 펼쳐 있는 셈이다. 기사거리를 발굴하고 남보다 더 좋은 기사를 쓰려면 경쟁 기자보다 더 열심히 취재하고 더 좋은 자료를 찾고 더 전달력 있는 글을 쓰는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는 물론 저녁 술자리도 업무 연장선에서 주로 취재원과 하는 이유다. 또 불시에 사건 사고가 많이 벌어지는 사회부와 정치부 등은 사안에 따라 몇날며칠 밤샘 취재를 해야 하기도 한다. 이른바 ‘9 to 6’식 일과나 주5일제는커녕 때에 따라 주7일 하루 24시간 일할 때도 있는 만큼 체력관리는 필수다.

 이렇게 격무에 시달리지만 보람은 크다.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취재원을 상대하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데다 본인이 쓴 기사 하나로 정부 정책을 바꾸는 등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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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되려면

주요 언론사 공채 입시는 대략 ‘서류전형→필기시험→실무평가→최종면접’ 순으로 이뤄진다. 서류전형에선 자기소개서와 학점 등 등 응시자의 기본 인적·학력사항을 살핀다. 필기시험은 공통적으로 논술·작문 등을 보는데, 시험 주제와 형식은 언론사별·시기별로 조금씩 달라진다.

 현재 신입기자 공채를 진행 중인 중앙일보는 논술·작문 외에 TOCT(Test of Critical & Creative Thinking)라는 시험을 따로 본다. 포괄적 이해능력, 창조적 구성능력, 합리적 평가능력, 전략적 사고능력 등 4개 평가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올해 논술은 ‘최근의 사회 이슈를 골라 기회비용의 개념으로 논하라’, 그리고 작문은 에볼라 검역현장,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 브리핑,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이었던 벤 브래들리 관련 영상을 보여준 후 자유롭게 쓰도록 했다. 올해 출제위원이었던 정경민 중앙일보 경제부장은 “논술은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고, 작문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신입 기자 채용을 마무리된 동아일보도 ‘2014년 대한민국의 애국에 대해 논하라’(논술) 등 현안 관련 주제가 나왔다. 실무평가는 현장 취재 능력, 최종면접에선 인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많은 기자 지망생이 요즘은 대학 시절 방학을 이용해 인턴을 미리 경험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를 비롯해 주요 언론사가 방학마다 대학생 인턴기자 10여명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언론 준비생 신태현(27·연세대 정외과 졸)씨는 “워낙 좁은 문이라 대학 때부터 스터디를 꾸려 글쓰기 실력을 쌓아왔다”며 “주변을 보면 첫 도전부터 실제 합격까지 약 1~2년 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올드미디어 줄고, 뉴미디어 늘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온라인 기사라고 하면 지면에 실린 기사를 인터넷에 담기만 하는 걸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대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요즘엔 올드미디어 역시 다양한 디지털 콘텐트를 별도로 생산하고 있다. 언론매체 활용 빈도 조사(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스마트폰 활용 빈도(주5일 이상)는 2012년 52.6%에서 2013년 65.8%로 늘었다. 전통적인 올드미디어가 이런 급증하는 시장을 눈 뜨고 놓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뉴욕타임스가 2년 전 자사 홈페이지에 인터랙티브 뉴스 ‘스노우폴(Snowfall)’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의 눈사태를 다룬 멀티미디어 기사로, 1만7000자 분량에 66개의 모션 그래픽을 삽입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로 퓰리쳐상을 받았다. 한국 언론도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존엔 취재해서 하루 한 번 마감시간 맞춰 기사 쓰면 끝나던 일이 이제는 지면이나 방송 마감시간과 무관하게 온라인용 기사를 끊임없이 수정해서 올리고 SNS를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까지로 확장하고 있다.

 강은영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올드미디어 기자도 이젠 기사 작성뿐 아니라 영상감각 등을 고루 갖춘 멀티미디어형으로 거듭나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올드미디어가 온라인·모바일 독자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별도로 인터넷매체 기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의 ‘한국언론연감 2013’에 따르면 기자 수는 2만5554명(2012년)으로 전년(2만4556명)보다 4.1% 늘었다. 종이신문 기자는 같은 기간 1.4% 줄었지만 인터넷신문 기자는 44.9%나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이상기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 차장은 “온라인 매체는 매달 100~200곳 신설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자의 급여 수준은 어떨까. 한국고용정보원의 ‘2013 한국직업전망’에 따르면 전국 신문기자 중위 임금(50%)은 3650만원, 방송기자는 4075만원이다. 대체로 신문보다 방송사 연봉이 높지만 언론사별로 천차만별이다. 시청률이나 열독률이 높은 주요 매체일수록 연봉이 높은 편이다.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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