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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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땅값이 현저하게 안정되고 있다는 것은 내재적인 인플레이션의 요인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건설부가 조사한 작년 10이후 6개월간의 전국땅값 상승률은 평균 l·8%에 그치고 있다.
이는 건설부가 지가조사를 하기 시작한 74년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반적인 물가안정추세와 지가안정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물가 불안정은 토지투기성행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또 한편으로는 토지투기가 심하게 일어날 때 물가안정기반이 흔들리곤 한다는 것이다.
지가상승률의 둔화는 인플레이션 속의 호경기를 구가하던 77, 78년 중의 지상폭등을 효과적으로 규제했다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 당시 전국 곳곳에서 격심한 부동산투기가 일어나자 정부는 투기지역 고시, 양도 세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부동산투기를 철저히 봉쇄했던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투기의 불길이 잡혔고 그후에는 정부의 물가안정화 시책이 토지가격의 안정으로 점차 반영되어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토지투기억제조치가 계속되면서 물가의 급격한 등귀가 없는 한 급속한 지가상승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가의 안정은 곧 택지개발을 용이하게 하고 주택가격의 상대적인 미 변동을 가져와 주택공급의 증가에도 기여한다. 주택가격의 반을 점하고있는 택지가격의 안정과 건축자재가의 제자리걸음은 잠재적인 수요를 일깨울 수 있는 주택공급도 가능하게 만든다. 지금 정부가 취하고 있는 주택경기 자극 책과 더불어 주택수요가 점차 일어날 조건이 구비되고 있는 셈이다.
또 부동산투기 기회의 추방으로, 아직도 대기하고 있는 시중의 유휴자금을 제도금융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도 성숙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의 최대 공격목표가 부동산인 것이나 이제 그 목표가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자금을 자본시장이나 시중은행으로 유인하여 생산자금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당면대책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가를 지속적으로 안정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도 요구된다. 좀더 긴 눈으로 보자면 문제는 남아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갈수록 지가와 개인의 토지구매력과의 갭이 축소되어 그만큼 토지수요는 늘어난다.
우리국민의 내집 마련에 대한 집착력을 고려하면 택지의 잠재수요는 막대하다. 반면에 개발규제, 개발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충분한 택지공급은 실현하기가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지가의 대폭 상승위험이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위험성이 내포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토종합개발의 합리적인 수행으로 산업배치를 적절하게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도시개발정책은 도시기능의 고도화를 기하는 방향으로 건물, 도로건설이 수행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국토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마스터플랜이 확립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지가안정을 계기로 정부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도 새로운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는 지가상승의 차익에 과세하는 세수증가 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국토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책정하는 예상지가 상승비를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몇 년 전부터 지가가 안정되자 예산부문에서 예상지가상승 분을 빼버리고 있다.
우리도 지가안정에 따른 여러가지정책의 변화가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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