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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5인의 "우리 집 여름별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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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된장 재료는 계절 따라>
◇강성희(희곡 작가)=우리 집 식탁에는 사계절 된장찌개와 생선이 떨어지는 법이 없다. 특히 뚝배기에 끓이는 된장찌개는 내가 자랑하는 솜씨다. 계절 따라 재료들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여름철에는 풋고추와 오이를 넣는 것이 다른 계절과 다르다.
약간의 다진 쇠고기를 양념하여 볶다가 된장을 풀어 국물을 끓이다 썰어 놓은 호박·풋고추·오이와 파·마늘 양념을 넣어 다시 끓이는 것이다. 떠먹기 좋도록 부드러운 연 두부를 넣는 것이 우리 집 특징이다. 여름철에도 이마의 땀을 닦아 가며 뜨거운 된장찌개로 밥을 비벼 먹는 맛은 더할 나위 없다 .이열치열이라고 할까. 생선은 민어가 매운탕용으로 좋지만 너무 비싸 자주 식탁에 올리기는 부담스럽다 .굴비는 한 두름 씩 사 놓고 먹는다. 부드러운 것은 구이로, 딱딱한 것은 물에 담가 불린 후 풋고추와 파·마늘 양념을 하여 쪄 먹는데 담백한 뒷맛이 입 맛 없는 한여름에 제격이다.

<참기름에 살짝 볶아>
◇이인하(동양화가)=더위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 우리 집 식탁엔 미역 냉국이 오르기 시작한다. 미역 냉국을 만드는 법은 여러 가지지만, 우리 집에서는 쇠고기를 넣지 않고 담백하게 끓여 내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미역을 여러 차례 깨끗이 씻어 참기름에 살짝 볶는다. 이 때 소금을 약간 뿌려 간을 맞춘다.
볶은 미역에 물을 붓고 다시 끓이는데, 한참 끓을 즈음 가늘게 썬 파를 집어넣고 바로 불을 끈다.
어느 정도 식은 다음 얼음을 띄워 내놓는데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있어 인기가 높다.
미역 냉국처럼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해파리 무침도 우리 집 여름 식탁의 특별메뉴다.
갑 오징어는 소금물에 데쳐 두고 양파·당근·오이 등은 같은 크기로 채를 썬다. 해파리도 채를 쳐 둔다.
식초를 많이 넣어 만든 식초 물에 미리 준비한 재료들을 담가 하루 정도 지난 다음 꺼내 겨자 장과 곁들여 내놓는다.

<싱싱한 양상 치 쌈>
◇이경숙(서울대 교수·성악)=여름철에는 싱싱하고 산뜻한 맛의 야채를 많이 먹는다. 특히 양상 치는 우리 집 가족 모두가 즐기는 야채다. 요리법은 싱싱한 야채의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샐러드로 만드는 것.
소스는 식물성 샐러드 기름에 식초를 섞은 후 다진 마늘·후춧가루·소금으로 양념한 프렌치 드레싱으로 만든다. 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린 것보다 아주 담백한 맛이다.
싱싱한 당근과 오이도 양상 치와 함께 곁들여 소스에 버무리면 가족 모두가 한 접시씩을 비운다. 점심식탁용인 경우에는 삶은 계란이나 치즈를 함께 내기도 한다. 그밖에 우리 집에서는 보통 상치 대신 양상 치로 쌈을 싸 먹는데 이 또한 특별한 맛이다.
프렌치 드레싱 대신 김에서 담근 고추장을 찍어 먹어도 좋다. 식구가 적은(3명) 우리 집에서 양상 치가 인기인 것은 맛도 그렇지만 보통 상 치에 비해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장고에 넣어도 보통 상치는 이틀을 보관하기가 힘든데 양상 치는 1주일은 보관할 수 있다.
배추 통김치는 무더운 한여름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여름이면 열무와 솎음 배추를 곁들여 심심하고 담박한 맛의 물김치를 주로 담가 먹는다.

<간식 겸 해 밀쌈 말이를>
◇한양순(연세대교수·체육학)=날씨가 후덥지근하고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여름철 음식은 가능한 한 먹기 쉽고 조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우리 집 여름철 고유 메뉴는 미싯가루와 밀쌈 말이·율무죽. 입맛이 없을 때는 가끔 약식으로 냉면도 곁들인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마련하는 미시가루는 누룽지를 완전히 햇빛에 말려 빻고, 찹쌀은 쪄서 말린 다용 빻고, 여기에 보리를 볶아서 빻아 함께 섞으면 영양가 높은 음료가 된다. 청량음료를 전혀 먹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준비, 늘 비치해 두는 편이다.
밀쌈 말이는 구절판의 일종이나 구절판에 비해 손이 가지 않도록 손바닥 크기로 빚어 전을 붙이고 여기에 채 썬 쇠고기·채 썬 버섯·파·당근·달걀을 볶아 밀전병에 넣고 김밥처럼 말면 훌륭한 밀쌈 말이가 된다. 먹기 편해서인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요즘은 건강식으로 용무를 이용, 잣죽처럼 먹는데 율무와 검은깨를 같은 비율로 완전히 말린 다음 빻아 아침 식사로 즐겨 이용한다.

<양지머리 육개장도>
◇강부자(TV 탤런트)=우리 집 식구들은 심심한 면 종류를 좋아하지 않아 식욕을 돋우기 위해 음식은 좀 매우면서 짭짤한 쪽으로 준비하는 편이다.
가족들이 함께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우리 집 여름 별미로는 뭐니뭐니해도 육개장과 갓김치를 꼽을 수 있다.
육개장은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건져낸 다음 손으로 잘게 찢어 두고 여기에 갖은 양념을 버무려 만드는데 이 때 고추장을 쓰지 않고 대신 고춧가루를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되직하게 볶아 사용하는 것이. 좀 특별난 점이다.
고추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컬컬하고 상큼해 입에 감치는 맛이 있다.
입맛이 없을 때 찬밥을 말아 주로 먹는 것으로는 갓김치가 일품이다. 이 김치는 김장철에 빠지지 않고 준비해 두는데 김장을 할 때 포기배추의 노란 속잎에 고춧잎과 미나리·실과· 쑥갓·마늘을 넣어 싼 다음 짜다 싶을 정도의 소금물에 넉넉히 붓고 꼭꼭 눌러 두었다가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어느 음식에든 곁들이면 식욕이 저절로 생긴다.
또 여름철 음료수로는 우유 대신 충분히 불린 콩을 한번 살짝 끓여 낸 다음 믹서에 그냥 간 콩국을 음료수 대용식으로 얼음 몇 조각을 띄워 마신다.
새콤한 식초와 식물성 기름으로 버무린 야채 샐러드는 싱싱한 청량 감으로 더위를 식히는 요리로는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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