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떨어진 채권, 주가 호재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최근 시중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 시장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채권형 펀드에선 속속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단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데다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궈진 것이 채권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금리 상승이 더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 채권 금리 왜 오르나=올해 초 한차례 급등한 뒤 진정세를 보이던 시중 금리는 6월2일 3.61%(국고채 3년물 기준)로 바닥을 찍은 뒤 최근까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한주간에만 0.17%포인트 오른 4.20%로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 때 5%에 거래되면서 4.99%를 기록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은 "미국 경제지표가 좋아진데다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시장에선 금리 하락기가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말했다. 금리는 이미 대세 상승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우리자산운용 장영규 채권운용본부장은 "하반기 중에 2월초 기록한 고점(4.46%)을 깰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금리가 올라 채권투자의 매력이 떨어지자 이달 들어선 채권형 펀드를 떠나는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6월말 이후 2주 사이에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약 2조8000억원이 줄었고 MMF는 이 기간중 무려 10조3000억원이 늘었다. 이에 힘입어 17일 MMF 수탁고는 80조17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 자금 증시로 흐를까=문제는 이 뭉칫돈의 향방이다. 이 돈이 MMF에 머물거나 부동산 등으로 흐르지 않고 증시로 이동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않다. 현대증권 오성진 포트폴리오팀장은 "정부의 강력한 억제책이 나올 경우 이 자금들은 부동산으로 가지 못하고 결국은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물론 자금의 증시 유입을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1000선을 넘어 선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불확실한데다 고유가 등 대외 위험도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어려워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며 "부동산 등 다른 투자처보다 증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